페이스북에 뜬 일잘러 강의 광고를 보고 든 생각들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는 않지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서, 페이스북 눈팅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른 스타트업들의 페이스북 광고를 유심히 살펴본다. 특히 어떤 이미지와 카피를 쓰는지를 많이 살펴본다.
그러던 중 아래의 광고를 봤다. 한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의 광고인데, 일잘러 강의 상품에 관한 광고다. 클릭까지는 안 해서 정확히 어떤 상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용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광고 내용이 잘못됐다'라는 생각을 했다. 해당 강의의 커리큘럼이 광고 이미지에서 말하는 순서와 똑같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면 커리큘럼도 좋은 커리큘럼인지는 잘 모르겠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킬업 순서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해당 광고에서는 직장인 스킬업 순서를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법 →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법 → 체계적 업무방식 → 논리적 사고" 순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걸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인정받는 보고서를 쓰며,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체계적인 업무 방식 역시도 논리적인 사고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맨 마지막에 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광고에서 나온 4가지 요소의 순서를 다시 배치한다면 '논리적 사고 →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법 → 체계적 업무방식 →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법'의 순서가 가장 적절하다. 즉, 완전 화살표가 반대로 된 것이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과 체계적 업무 방식은 서로 위치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핵심은 논리적 사고가 가장 먼저 와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가 모든 직장인 스킬업의 근본 요소이자 필수 요소다. 논리적 사고 없이는 인정받는 보고서,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 체계적인 업무 순서 어느 것도 잘할 수가 없다.
보고서는 크게 주장(결론)과 근거(자료)의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인정받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법을 익힌 후에, 논리적인 사고를 배운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또한 신입과 주니어 직원들은 처음부터 회사에서 원하는 만큼 논리적인 사고를 갖추기 힘들다. 또한 논리는 수학처럼 특정 범위를 마스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운동을 하는 것처럼 계속 연습하며,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은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아주 좋은 도구다.
귀납적으로 여러 사실과 현상, 데이터를 근거로 일련의 결론과 근거를 이끌어 내며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연역적인 방식으로 특정 주장을 한 뒤 그에 대해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실, 현상, 데이터를 찾으면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논리가 정말 논리적인지 검증하는 과정 역시 필수다.
즉 보고서 작성을 통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 논리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며 논리적인 사고와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법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 마치 자전거 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논리적인 사고 없이 인정받는 보고서를 쓸 수 없고, 반대로 인정받는 보고서를 쓰는데 논리적인 사고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체계적인 업무 방식을 만들고, 적용하는 데도 논리적인 사고가 필수다. 체계적인 업무 방식은 단순히 매뉴얼과 루틴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투입되는 예상 시간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또 누구와 업무를 함께 하는지, 업무의 중요도가 얼마나 높은지 (결과물이 얼마만큼의 영향 혹은 가치를 가져올지) 등 여러 요소를 논리적으로 고려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논리적인 사고가 필수다.
단순히 데드라인 하나만 고려하며, 업무를 하게 되면 더 중요한 일을 놓치거나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데드라인에 맞춰 업무를 쳐내는 건, 업무를 한다기보다는 밀린 과제를 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데드라인뿐 아니라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업무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다음에 한정된 리소스를 투입해 최대한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업무가 대학교 과제처럼 혼자 해서 제출하는 것이면 데드라인에 맞춰 밤을 새도 좋고, 퀄리티가 조금 낮아도 괜찮다. 어쨌든 성적이라는 결과는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회사의 업무는 혼자 하는 업무일지라도, 결국 모두 다른 팀원들과 조직에게 영향을 준다. 혼자서 페이스북 마케팅 광고 집행 업무를 혼자 담당한다 해도, 그 결과는 나의 결과인 동시에 조직 전체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혼자 하는 내 업무의 결과물이 다른 팀원과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인 업무 방식을 빠르게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도, 여러 요소를 논리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논리적인 사고가 필수다. 이 역시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계속 연습이 필요하다. 업무를 끝날 때마다 업무에 투입된 시간, 함께한 구성원들, 업무의 결과물 등을 회고하며 다음 업무 계획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업무에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고, 기른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더 체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위 두 가지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사고가 없다면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도 할 수가 없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뜯어보면 보통 두 단계로 나뉜다. 숫자로 이뤄진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과 그 해석을 근거로 삼아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 각각의 과정 모두 논리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 활용 역시도 위 두 가지와 똑같이 데이터 활용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다만 위 요소들 중 데이터 활용을 맨 뒤에다 배치한 이유는 신입 혹은 주니어에게는 처음부터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덜 주어지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 혹은 체계적인 업무 방식을 세우는 것보다. 그리고 데이터 활용은 어느 정도 회사가 속한 산업군과 비즈니스의 특징을 알아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광고에 나온 4가지 요소 '논리적 사고, 인정받는 보고서 작성법, 체계적 업무방식, 근거를 만드는 데이터 활용법'은 한 가지를 마스터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것들을 배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것보다는 낮은 수준의 보고서 작성, 체계적 업무 방식 수립, 데이터 활용에서 점차 수준을 높여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를 끝낼 때마다 하나를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세 가지 모두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점차 조금씩 수준을 높여 나가는 것이 더 맞는 개념이다.
결국 회사의 모든 업무와 스킬에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논리적 사고를 빠르게 할수록 더 일을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