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보다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쌓는 게 더 우선이다
디지털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되며 고객들의 모든 행동을 일련의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마케팅에서 데이터 활용은 정말 필수가 되었다. 마케터 취준생에게도, 주니어 마케터에게도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기르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또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엑셀부터 시작해 파이썬, R 등 데이터 분석 툴 관련 강의 역시 정말 많이 늘어났다.
흔히 데이터 활용하면 엑셀로 VLOOKUP 해서 결과를 뽑아내고 이를 그래프로 시각화하거니, 파이썬이나 R을 이용해 엄청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걸 생각한다. 맞다. 데이터 활용을 잘하면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는 일, 시각화하는 일,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를 뽑고 시각화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툴 사용 능력이나 기능을 익히기 전에 RAW 데이터부터 제대로 쌓아야 한다. RAW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쌓지 못한다면, 데이터 분석 툴을 익혀도 정작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거나, 매번 힘들게 결과를 도출해야 해서 비효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활용은 RAW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쌓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VLOOKUP을 사용해 원하는 값을 뽑는 것보다, VLOOKUP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값을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쌓는 게 중요하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연속적인 RAW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RAW 데이터 쌓기의 시작은 측정 기준과 측정 항목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측정 기준은 어떤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쌓을 건지 나타내는 것이고, 측정 항목은 어떤 데이터를 쌓을지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GA에서 주간 단위로 세션 수를 측정한다고 했을 때, 주간 단위는 측정 기준이 되고, 세션 수는 측정 항목이 된다.
보통 가장 많이 쓰는 측정 기준은 Daily, Weekly, Monthly 등 날짜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측정 기준은 세로로 표시한다. 엑셀 혹은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데일리로 RAW 데이터를 쓴다고 가정한다면, B열에다가 YYYY-MM-DD를 쓰는 것이다.
측정 기준, 특히 날짜인 경우 세로로 쓰는 게 좋다. 왜 세로로 쓰는 게 좋냐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더 간편하게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날짜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이는 날짜 기준에 따라 쌓아야 할 RAW 데이터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기준이 변할 때마다 데이터를 추가해 줘야 하는데, 측정 기준을 세로 방향으로 세팅한다면 상하 스크롤로 쉽게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쌓아나갈 수 있다. 또한 데이터가 한 화면에서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였을 때 상하 스크롤로 데이터를 찾는 게 훨씬 더 간편하다. 좌우 방향은 스크롤 바를 클릭해서 드래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서 행은 1,000행 열은 Z열까지 제공한다. 그래서 Daily로 측정 기준을 잡았을 때, 세로로 측정 기준을 쓴다면 1,000일 약 3년 정도는 스크롤만으로도 간편하게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반면 가로로 측정 기준을 쓴다면 26일 이후 매번 열을 추가해줘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쌓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크다.
세로로 Daily, Weekly, Monthly 같은 측정 기준을 적었다면, 가로로는 측정 항목을 적어주면 된다. GA 라면 세션, 페이지뷰, 목표 수 등이 될 것이고,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라면 Result, Amount Spent, ROAS 등을 적어주면 된다. 전체적인 마케팅 효율을 보고 싶다면 마케팅 비용, 매출, ROAS, 구매 고객 수, 회원 가입 수 등 측정하려는 항목을 자신 조직과 업무에 맞게 넣으면 된다.
이때 트래킹 툴로 측정되는 모든 항목을 다 측정하지 않는 게 좋다. 정말 핵심적인 측정 항목만 채워 넣는 것이 좋다. RAW 데이터를 쌓는 이유는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의사결정과 더 나은 성과를 내는 행동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측정 항목은 굳이 측정할 필요가 없다. 쓸모없는 측정 항목이 많을수록, 데이터를 활용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기간을 측정 기준으로 쌓은 데이터를 막대 그래프나 선 그래프로 시각화할 때는 X축을 측정 기준(기간), Y축을 측정 항목으로 둬야 한다. 그래프로 시각화할 때 측정 기준과 항목이 바뀌는 이유는 시각화의 목적에 있다. 그래프는 보통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수치의 변화 정도를 편하게 보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식 그래프로 이해하면 쉽다. 시간을 X축에 두고, 주가를 Y축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특정 기간의 주가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엑셀 형식으로 RAW 데이터를 쌓을 때 세로를 측정 기준으로 쓰는 건 연속적으로 데이터를 쌓기 위함이고, 그래프에서 측정 기준인 날짜가 X축이 되는 건 변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즉 RAW 데이터 시트의 목적과 시각화 그래프의 목적 자체가 완전 다르다. 결국 측정 기준과 측정 항목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나타낼 것이냐 하는 건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위에서 말한 방법이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조직과 업무에 맞는 측정 기준과 측정 항목을 스스로 고민하고, 이에 맞는 RAW 데이터 관리 시트, 그래프를 만들어야 한다.
나도 데이터 활용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VLOOKUP을 익힌지도 얼마 안 됐고, SQL은 배웠지만 거의 쓰지도 못한다. 다만 마케터로 각종 지표와 데이터를 관리하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고, 데이터 활용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 쌓기에 관한 나만의 팁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즉, 이 글은 어떤 상황에서나 100% 맞는 방법이 아니다. 다만 데이터 쌓기와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 나 역시도 지금 내가 데이터를 쌓는 방법보다 더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