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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Dec 09. 2020

천상 문과 마케터가 데이터를 분석하며 알게 된 것들

다양한 데이터를 뜯어보며 발견한 5가지 인사이트

텍스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마케터라고 하더라도 업무와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뉴스레터를 만들 때는 오픈율에 목을 매고, 블로그 콘텐츠를 제작했을 때는 수십 번씩 새로고침하며 조회 수를 확인했다.


거기다가 페이스북 광고까지 운영했으니, CPC, ROAS 등 수많은 지표에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였다. 매일 아침 각종 지표를 확인하고, (그래선 안되지만) 지표에 따라 하루 기분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표를 체크하는 게 나에게, 우리 회사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블로그 조회 수, 뉴스레터 오픈율, 페이스북 광고 ROAS, GA Session 수 등 수많은 데이터와 지표를 확인하며, 계속해서 콘텐츠와 광고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업무들의 궁극적 목적은 제품을 개선하고 더 많은 매출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관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앞으로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더 좋은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고 싶으니까. 이 글이 데이터와 숫자에 머리 아픈 주니어 마케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데이터를 파고드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지만, 데이터를 활용하고 해석하는 건 논리의 영역이다


요즘 마케터 채용 공고에서 GA, 파이썬, SQL 등 다양한 마테크 툴 사용자를 우대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즉 데이터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을 뽑겠다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데이터 활용 능력이 마케터에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데이터 툴과 관련한 강의들이 인기가 많다.


실제로 페이스북 광고 매니저, GA 등 다양한 툴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요리조리 살펴본 결과, 데이터 활용과 해석을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하다. 마케팅 툴 사용 능력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란 고객관점에서 합리적인 가설과 행동 방안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아무리 파이썬, SQL 등을 잘 사용해도 '왜 이러한 수치가 나왔는지' '어떤 요소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이 데이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앞으로 어떤 전략을 바탕으로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 등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한다면 단지 데이터를 보기 쉽게 가공한 것일 뿐이다.


결국 데이터 툴을 활용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능력은 꼭 데이터 툴을 다뤄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 엑셀의 기능만으로도 논리적인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논리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2. 데이터에서 도출한 인사이트로 무엇인가를 실행해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목적은 더 나은 마케팅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출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까지가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안 그러면 의미가 없다.


만약 이미지는 같고 카피 문구만 다른 광고 A안과 B 안을 비교해서, A 안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가정해본다면, '사람들이 A안의 특정 요소 때문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까지가 인사이트를 도출한 것이다. 여기서 끝내버리면, 자연히 상사나 구성원들로부터 '그래서?'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A안의 인기 이유는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A-2, A-3 광고를 집행해서 다시 결과를 지켜보며 가설을 검증하겠다.'까지가 데이터를 정확하게 활용한 것이다. 물론 A-2, A-3 광고의 성과가 낮을 수도 있다. 잘못된 가설을 세웠거나 다른 외부 요인들로 인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더 나은 마케팅 전략을 만들고, 성과를 높일 수 있다.



3. 엄청난 인사이트는 번뜩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데이터만 요리조리 어떻게든 뜯어보면 대단한 인사이트가 짜잔 하고 나타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설 설정이란 개념도 모른 채 새벽 4시까지 데이터를 이리저리 뜯어본 적도 있었다.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쓸모없는 엑셀 파일들만 만들어 냈다. 결국 시간만 쓰고,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 당연한 결과였다. 작은 인사이트도 도출할 줄 모르는 데, 어떻게 대단한 인사이트가 나올 수 있을까.


생산성 0을 기록한 내게, 상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라고, 쓸데없는 일을 한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큰 인사이트는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니고 작은 인사이트들을 쌓아가며 나오는 거라고 했다.


이 이후로 정말 단순한 비교부터 시작하며, 작은 인사이트들을 먼저 찾고 가설을 세우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주제의 콘텐츠라도 제목에 '1020 세대'로 표현할 때와 'MZ 세대'로 표현했을 때의 클릭률 차이 등을 하나씩 기록해 나갔다.


이렇게 매주 작은 인사이트들을 쌓다 보니, 작은 인사이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나만의 인사이트와 논리, 가설을 갖게 될 수 있었다.


결국 작은 인사이트부터 차곡차곡 쌓고, 작은 인사이트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하며 더 상위의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지금도 데이터를 보며 인사이트라고 생각되는 특이 사항이 있는 경우, 전부 기록을 해놓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으려고 한다.



4. 가장 중요한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


지표와 데이터를 보다 보면, 때때로 숫자 속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데이터만 놓고도 절대적 수치, 기간별 변화량 등 다양한 방면에서 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봐야 할 데이터들이 정말 너무 많다. 페이스북 광고만 해도, CPC, CPM, CRA, CPR, Impression, Reach Frequency, ROAS 등등 신경 써야 할 지표가 상당히 많다.


현실적으로 모든 지표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와 전략을 도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지표 몇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GOAL 지표와 Assist 지표로 이해하면 좋다.


예를 들면, 홈페이지 재방문율과 매출액이 비례한다고 가정한다면 GOAL 지표는 매출액이고, Assist 지표는 홈페이지 재방문율이다. 결국 궁극적 목표 지표인 매출을 위해서는 홈페이지 재방문율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체류 시간, 이탈률 등 어떤 지표보다 홈페이지 재방문율에 신경 쓰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 편의상 GOAL 지표와 Assist 지표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Assist 지표는 요즘 그로스 해킹에서 핫한 개념인 북극성 지표 (North Star Metric)이다. 북극성 지표는 한마디로 사업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지표이다.


이처럼 수많은 지표와 데이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를 파악하고 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지표들 간의 상관관계를 만들어보며 찾을 수 있다.


다른 지표나 데이터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와 지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 지표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다양한 데이터를 많이 쌓아놓고 체크해야 한다. 그다음에 중요도가 낮다는 생각이 들면 하나씩 지워가며 가장 중요한 지표에 집중하면 된다.



5. 이전 경험에 의한 결론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생각을 빠르게 바꿔야 한다


실제 데이터를 뜯어보면, 기존의 가설이 틀렸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설은 기존 실행의 결과, 즉 경험으로부터 도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과 가설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트렌드, 광고 플랫폼의 알고리즘 등이 수시로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따라서 항상 내 경험, 내 가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리고 경험에 의한 가설과 실제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내 생각을 빠르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틀린 가설을 세운 것은 잘못한 것이 아니다. 다만 실제로 결과를 확인하고도 틀린 가설을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 내 경험, 지식보다 눈 앞의 실제 보이는 데이터를 믿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위 모든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데이터 분석에는 정답이 없다. 데이터 분석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이 데이터 분석으로 머리 아픈 주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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