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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28. 2020

테니스 동호인의 로망! 천연 거트 사용기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꿈의 스트링

근 20년간 테니스 동호인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천연 거트를 써볼 일이 없었다. 막연하게 천연 거트는 비싸고 잘 끊어진다는 말에 "천연 거트는 선수들이나 쓰는 거야"라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에 아내로부터 생일 선물로 스트링 머신 구매 허락을 받은 뒤 자가 스트링어의 세계에 들어섰고, 이런저런 스트링을 도전해 보다가 급기야 천연 거트를 시도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기왕 써보는 참에 천연 거트의 제왕 바볼랏 VS Touch를 질러 버렸다. 가격은 무려 42.95불! 일반 폴리 스트링의 3~4배 가격이다.


참고로 이 거트는 프로 선수들도 즐겨 사용하는 천연 거트 중에 최고급 제품이다.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https://youtu.be/8Cw7aGaGleg


보통 천연 거트는 다른 폴리 스트링과 함께 하이브리드로 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천연 거트를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서 풀 베드(즉, 가로/세로 전부)로 매어 보게 되었다. 천연 거트는 평소 자신이 폴리로 매는 텐션보다 5~6파운드를 높여야 한다고 해서, 가로세로 60파운드로 천연 거트를 맸다.


참고로 나는 그동안 바볼랏 RPM Blast를 수년간 써오다가 텐션 로스가 심해서, 텐션 유지력이 좋다고 평가받은 Kirshbaum Max Power Rough(17G)를 최근에 매기 시작했다. 이후 텐션 유지력과 스핀량에서 대만족 하여 이후 주력 스트링으로 써오고 있었다. 이 스트링은 이름과 달리 파워가 매우 낮고, 컨트롤과 스핀 위주의 스트링이라 RPM Blast를 매던 것보다 2~4 파운트 낮게 매서, 52~54파운드로 맨다.


장점

일단 천연 거트가 폴리 스트링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부드러운 타구감인정사정없는(!) 파워이다. 60파운드로 맸음에도 불구하고, 52파운드로 맨 폴리보다 훨씬 부드럽다. 타구감은 라켓에 공이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은 (영어로는 일명 pocketing) 느낌 때문에 그런지, 컨트롤도 매우 잘된다. 공이 라켓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맞아도 워낙 반발력이 좋아서 그런지 에러도 줄어드는 것 같다. 특히 하프 발리나 상대방의 찬스 볼을 막아내야 하는 수비적인 샷을 할 때, 평소라면 네트에 걸리거나 어이없기 아웃되었어야 하는 공이, 오히려 네트를 절묘하게 넘어가서 득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단점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데, 일단 스핀량이 폴리 스트링보다 적고, 파워가 지나치게 세서 공이 아웃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실 스트링/라켓에서 "파워"라는 개념은 실제로는, "발사각"의 개념에 가깝다고 한다. 즉 공이 아웃되는 것은 실제로 라켓에서 공이 떠나는 속도가 빨라서(=공에 전달되는 운동 에너지가 높아서)가 아니라, 라켓에서 공이 떠나는 발사각이 높아서 같은 스윙으로 공을 치더라도 발사각이 높은 공이 길게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천연 거트의 발사각은 폴리보다 단연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핀이 적게 걸린다는 특성과 더불어, 탑스핀 포핸드를 치거나 킥 서브를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래 동영상에서 1세트에 천연 거트를 사용하고, 2세트에는 원래 사용하던 폴리를 맨 라켓을 썼는데 공의 길이가 확연하게 차이 났다. (예를 들어, 아래 동영상 1세트 3-4 상황에서 킥 서브를 넣을 때 느낌상 한참 IN이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뼘 이상 나갔고, 발리를 하더라도 베이스라인 안쪽에 떨어질 거라고 예상되는 공이 계속 나갔다)

https://youtu.be/FBqt1hj3qZI?t=327


텐션 유지

천연 거트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텐션 유지력이 폴리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실제로 천연 거트를 처음에 60으로 맨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나가는데도, 중간에 텐션이 초반에 52 -> 43으로 떨어진 이후 계속 43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텐션이 조금 떨어지면서 파워도 조금 올라갔지만, 한편으로는 줄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컨트롤도 약간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원래 천연 거트를 풀 베드로 써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필자는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에 테니스를 치면, 친 뒤에 꼭 손목이나 팔꿈치 부분에 통증이 하루 이틀 정도 계속됐는데, 천연 거트를 사용하면 이러한 후 통증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천연 거트는 충격 흡수가 좋은 스트링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만약 지금 사용하고 있는 천연 거트 스트링이 끊어지면, 이번에는 천연 거트를 메인으로 하고 폴리 스트링을 크로스로 하는 하이브리드를 시도해 볼 예정이다. 아무래도 천연 거트는 파워가 너무 세서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손목이나 팔꿈치에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텐션 유지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텐션 유지력이 좋으면서도 부드러운 폴리인 럭실론 4G Soft를 크로스로 매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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