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법과 소송보다 친분과 말 한 마디가 더 효과적인 법
예전에 13,000불(한화로 약 1,5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의 교통위반 과태료를 받은 의뢰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금액이 과태료로 청구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 단속 벌금이 누적되어 이를 대행하는 사설업체에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이자 및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했을 것이라는 추측 정도였다.
의뢰인은 과태료 지급을 명령한 법원에 찾아가서 직원과 여러 차례 이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그 말인 즉, "이미 법원 기록이나 전산 시스템에 기록된 금액이 그렇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권한은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법원 직원보다는 판사에게 호소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판사 앞에서 해당 과태료 책정 과정에 행정적 오류가 있었음을 밝히고, 법적으로 정해진 만큼의 금액으로 하향 조정하도록 요청한 뒤, 명령서를 받아서 법원 직원에게 제시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관련 법 조항을 찾아본 결과, 아무리 누적 단속이나 이자 및 수수료를 고려해도 실제 과태료는 불과 몇 백 불, 많아서 천 불미만 이어야 정상이었다. 그래서 일단 법원에 Motion to Correct Judgment/ Motion to Correct Scrivner's Error를 제출하려고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리서치를 하던 중, 마침 다른 사건으로 해당 법원에 갈 일이 있어서 법원 직원과 위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다. 다행히 해당 법원에는 업무를 보는 직원이 2~3명 정도밖에 없는데, 나는 워낙 단골(?)이라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이였다. 마침 그중에서도 친분이 있는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길래, 잘됐다 싶어서 넌지시 위의 과태료 사건에 대해서 한 번 물어보았다.
나: "저기, 혹시 시간 나면 다른 사건도 한 번 조회해 줄래? 뭔가 좀 이상한 게 있어서 말이야."
직원: "어 그래? 사건 번호가 뭔데?"
나: (사건 번호 OOOOXXXX) "아무래도 벌금이 좀 잘못된 거 같아. 너무 많은 거 같아서..."
직원: "음... 어디 보자. 어? 금액이 왜 이렇게 크지?"
나: "그렇지? 내가 인용된 교통법규를 찾아봤는데, 금액이 그렇게 커질 수가 없거든. 누군가 최초에 금액을 잘못 입력한 건 아닐까?"
직원: "그럴 수도 있지. 내가 한 번 확인해 볼게. 잠깐만"
(얼마 후)
직원: "아무래도 누가 최초에 데이터를 입력할 때 소수점을 생략한 것 같아. 원래는 130.00불이 되어야 하는 거 같아. 우리 보스한테 한 번 확인해 보고 알려줄게."
나: "그래 확인해 줘서 고마워"
(잠시 후)
직원: "보스에게 물어보니, 누가 실수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네. 지금 수정하면 하루나 이틀 뒤에 정상 금액이 보일 거야. 그럼 그때 결제하면 돼."
나: "오 다행이네, 고맙고 그럼 다음에 보자!"
이렇게 5분 만에 13,000불의 과태료가 130불로 바뀌었다! 의뢰인은 내 말 한마디로 자그마치 12,870불을 갚게 된 셈이다. (물론 그중에 내게 지불한 변호사 수임료를 제외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동안 법원 직원들과 친분을 쌓아왔고,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혹은 내 의뢰인)들이 직원에게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왜냐면 일반인들이 법원 직원들에게 "왜 이렇게 과태료가 비싸냐, 뭐가 잘못된 거 아니냐"라고 따지는 경우,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에 대해서 일일이 친절하게 반응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로 오류가 있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의뢰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매우 기뻐했다. 아마 몇 년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한편으로 의뢰인의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성공보수를 "절약한 금액의 비율"로 따로 약정하지 않고 고정급 일시불로 받은 것에 약간은 아쉬움이 남았다. (인간의 욕심이란) 한편, 변호사로서 항상 법과 규정, 소송 절차를 문제 해결의 첫 번째 수단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가끔은 이렇게 평소에 쌓아 놓은 친분 관계와 적절한 말 한두 마디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