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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20. 2021

캐나다 밴쿠버 여행기(미국 vs. 캐나다 느낀 점)

밴쿠버에서 찍은 필자의 모습


작년에 시민권 취득 이후 올해 처음으로 미국 여권을 사용해서 해외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마침 밴쿠버에서 친한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 이후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보지 못했고 필자의 취업도 기념할 겸 와이프와 함께 일주일 동안 밴쿠버에서 관광을 하기로 했다.


(물론 밴쿠버에서의 일주일이란 시간은 캐나다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 있기에, 정확한 정보의 전달보다는 여행기록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니 독자들은 그 점을 고려하시길.)


우선 밴쿠버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던 점은, 아시아계(정확히는 중국계) 사람들이 정말 많고 흑인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아시아 계가 비교적 많다고 하는 LA나 뉴욕보다도 현저하게 많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림짐작으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혹은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1/3 정도는 아시아 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밴쿠버에 머무르는 기간 내내, 마치 미국의 코리아타운이나 차이나타운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됐다. 필자가 거주하는 워싱턴 근교의 북 버지니아도 나름 아시아계가 많다고 하지만 밴쿠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한편, 흑인 인구는 미국에 비해 정말 적었다. 어느 정도냐면, 밴쿠버 시내나 근교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본 흑인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 3~5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동 인구가 많은 밴쿠버 시내의 중심가를 몇 시간이고 걸어 다녔는데도 그 정도인 것을 보면 정말 흑인 인구가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만큼, 아시아 음식점의 종류와 개수도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시아 음식점의 숫자도 적지만, 대부분 그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워싱턴 근교에 있는 일식집의 경우 대부분 초밥이나 라면, 롤 등 거의 메뉴가 비슷비슷하고, 다만 그 퀄리티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밴쿠버의 일식은 돈가스 전문점, 튀김 덮밥 전문점, 혹은 후쿠오카식 라면 전문점 등 일식 중에서도 조금 더 특화된 음식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미국과 비교하자면, 미국 일식이나 한식, 중국 음식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입맛에 어필하기 위해서 미국화 되었고 거의 그 맛이 비슷하다면, 밴쿠버의 아시아 음식점은 각 아시아인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 분야를 개발한 것처럼 보였다.


음식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는 친절하고 여유가 있었다. 필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처음 왔을 때, 미국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여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생활이 거의 10년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캐나다에 와보니 미국 사람들보다는 캐나다 사람들이 더 그러했다. 미국에 생활하면서 만나는 가게 점원이나 식당 서버들이 이민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마지못해" 일하면서 일에 "찌든"경우가 많아서 손님들에게 차갑거나 불친절하다. 관공서나 공항에서 만나는 미국인들도 사무적이나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여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서비스직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나 보호가 미국보다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미국의 식당에서는 따로 식당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알아서 눈치껏 하거나 늦은 오후에 뒤늦은 점심을 먹는 게 대부분이다. 늦은 오후라도 손님이 오면 하던 식사를 그만두고 다시 음식을 하러 주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직원들의 점심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보통 2시 30분에서 3시쯤부터) 그 시간을 넘기면 아예 식당 문을 닫거나 음식을 주문하지 못한다. 식당뿐만 아니라 일반 상점들도 미국보다 영업 종료시간이 1~2시간 정도 빠른 편이라서 밴쿠버 중심가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라고 하더라도 저녁 8~9시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아쉬웠던 점은 높은 물가와 부족한 대중교통이었다.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특히 지하철)이 발달되어 있고, 미국의 대도시(특히 뉴욕이나 워싱턴)도 한국만큼 깨끗하고 안전하진 않지만 나름 도시 전체를 꼼꼼하게 커버하고 있어서 시내 중심지를 이동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밴쿠버의 지하철 시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워낙 노선의 밀도가 낮아서 지하철로 시내 곳곳을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내에서 1~2마일 거리는 거의 걷거나, 먼 거리는 우버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우버도 이른 아침이나 새벽 시간에는 운전자들이 드물고 그나마 있어도 승차 거부(혹은 매칭 취소)가 빈번했다.


물가는 어느 대도시에 가더라도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적 돈을 헤프게 쓰는 관광객(게다가 미국에서도 물가가 비싸기로 손꼽히는 워싱턴/북 버지니아 지역에도 거주하는 필자도) 입장에서도 높다고 느꼈기 때문에 실제로 밴쿠버에 거주하는 현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높을지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웬만한 밴쿠버 시내에서 평범한 점심 식사(패스트푸드 제외) 한 끼 가격이 1인당 캐나다 달러로 15~20불(팁 제외)이었다.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보다는 20% 정도 가치가 낮은 편이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2~16불인 셈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일반적인 가계 소득은 환율을 감안해도 미국이 높은 편이라서, 실질적인 구매력은 캐나다가 미국보다 떨어지는 셈이다. 


필자가 변호사이다 보니 호기심에 양국의 변호사 수입 중간값을 찾아봤는데, 미국은 12만 불이었고 캐나다는 10만 불이었다. 이는 각국의 달러로 표기한, 환율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캐나다의 수치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8만 불 정도로 떨어진다. 결국 양국 변호사의 수입도 대체로 4만 불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변호사가 캐나다 변호사보다 일을 훨씬 더 많이 할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름 필자와 와이프가 내린 결론은 "미국 회사에 고용되어 캐나다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면, 캐나다의 좋은 생활환경과 미국의 높은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풀타임 재택근무(혹은 디지털 노매드)가 가능한 미국 회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상상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몇 가지 단점을 차치하더라도 일단은 장점이 더 많아 보이는 나라, 캐나다라는 곳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방문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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