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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02. 2022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방법(impeachment)

법정 변호사의 중요한 기술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사실 관계가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실체적 사실(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는 법적 사실(법정에서 입증된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변호사의 증인 신문 기술에 따라 달라 법적 사실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형사나 민사 사건을 맡게 될 경우, 필자는 우선 의뢰인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을지에 대해서 고려하게 된다. 의뢰인이 나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지, 혹은 의뢰인이 거짓말할 의도는 없더라도 사실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변호사 의뢰인간 신뢰 형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나중에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생기거나 심지어 재판에서 패소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 간에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에는 얼마나 우리 측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느냐가 소송의 승패를 판가름한다.


이 중에서 일반적으로는 우리 측 증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보다는 상대방 측 증인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것이 수월하고 효과도 좋다. 마치 선거 운동을 할 때 우리 측 후보의 미담 사례를 선전하는 것보다는 상대방 후보의 단점과 치부를 부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더 판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미국 증거법에 의거해서 증인의 신빙성을 공격(impeachment)하는 방법은 주로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증인의 사실 기억 및 인출 과정에 대한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증인의 편견과 동기를 공격하는 것이다. 전자를 예로 들면, 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당시에 만취 상태였다는 점과 가로등이 어두워서 가해자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대 신문을 통해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증인의 편견과 동기를 공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행 사건을 목격했다는 제삼자가 있는 경우, 만약 이 목격자가 피해자의 가족일 경우,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목격자를 반대 신문하는 데 있어서 이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미국 증거법에서는 증인의 범죄 기록을 통해 증인의 신빙성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물론 모든 범죄 기록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범죄의 경우 도덕적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에 대해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도덕적 범죄란 일반적으로 거짓, 속임수, 절도 관련 범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쌍방 폭행이 의심되는 사건에서 피해자(victim)가 절도죄로 유죄를 받은 적이 있다면, 피고인(defendant)의 변호인이 이를 반대 신문을 통해 밝혀 낸다면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할 수 있다. 즉, 과거에 거짓말이나 속임수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유죄 기록을 받은 적이 있다면, 나중에 거짓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이다.


만약, 증인이 자신의 과거 기록을 부정하는 경우, 상대방 측 변호인은 법원에서 사전에 열람 복사한 증인의 유죄 기록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 전에 상대방 측 증인의 범죄 기록을 조회하고, 재판에 유리한 유죄 기록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미국의 웬만한 주에서는 이름만 알면 해당 인물의 유죄 기록 사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모르는 증인이 행여 자신의 기록에 대해서 발뺌을 할 경우, 이 기록으로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방금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이 말은 쉽지만 실무적인 소송 절차와 증거법을 제대로 알아야만 본인에게 유리한 기록을 증거로 채택시킬 수 있다. 아무리 실체적 진실, 즉 사실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법적 진실을 입증하는 절차와 방법 면에서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절차법과 증거법은 수십 년 동안 소송 절차의 공정성과 증거의 적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법조인 입장에서 얼핏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규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역사를 통해 치밀하게 검증된 원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당사자들의 오해가 변호사를 불신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사고 당시의 신호등이 파란불이었고, 증인이 "파란"이라고 증언을 하더라 실력 있는 변호사가 해당 증인의 신빙성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경우, 판사의 법적 사실은 "빨간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가 흔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당사자주의에서는 양측의 변호인이 동시에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와 상대방에게 불리한 증거를 최대한 많이 채택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쪽에게 일방적인 증거만 존재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면 결국 법적 사실은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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