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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30. 2023

테니스 구력 20년 차: 깨달은 점 11가지


#1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샷서브이고, 그다음 중요한 샷은 리턴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이 두 가지에 매우 적은 시간을 투자한다.


#2 인간의 신체 구조상 테니스에서 가장 마스터하기 어려운 샷서브이고, 그다음은 포핸드이다. 물론 당일 컨디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샷도 이 두 가지 샷이다.


#3 서브와 포핸드를 마스터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두 동작에 관여하는 근육과 관절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변수가 많기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초급자일수록 움직이기 쉬운 손목,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두 부위는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롭지만 힘이 약한 부위기 때문에 서브와 포핸드에서 일관성과 파워를 내기가 어렵다. 상급자는 이러한 자유 관절의 움직임을 오히려 억제하여 불필요한 움직임(변수)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4 테니스 코트는 생각보다 위아래로 꽤 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네트를 기준으로 양쪽 면이 각각 정사각형처럼 생겼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꽤나 길쭉한 직사각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식에서는 특히 코트를 세로로 (즉 상대방을 앞뒤로 뛰게 만드는) 잘 활용해야 한다. 즉, 복식에서의 발리나 스트로크는 좌우로 공을 컨트롤하는 것보다는 길이(짧은 공 vs. 긴 공) 높이(낮은 공 vs. 높은 공)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5 복식 실력의 50%는 코트 위치 선정이다. 복식에서는 상대방이 똑같은 공을 치더라도 내가 어디에서 서 있느냐에 따라 그 공이 나의 찬스볼이 될 수도 혹은 상대방의 위닝샷이 될 수도 있다. 복식의 경우 내 파트너의 위치, 상대방의 위치, 공의 구질 등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항상 최선의 위치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항상 그 위치에서 공을 기다리는 (혹은 파트너를 커버해 주는) 것이 실력의 5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6 로우(하프) 발리오버헤드(스매시)가 받쳐주지 않으면 복식 고수가 될 수 없다. 모든 복식 경기는 서브나 스트로크가 서로 비슷할 경우, 결국은 네트 플레이로 귀결된다. 이때, 누가 더 짧게 떨어지는 탑스핀 스트로크로 발리 에러나 뜬공을 유도하느냐, 혹은 누가 로브를 효과적으로 잘 처리하느냐가 상급자 복식 경기의 승패를 가른다. 로우 발리를 못한다면 서브 앤 발리나 리턴 후 네트 진입이 힘들 것이고, 오버헤드를 못하면 네트를 점령하더라도 상대방의 로브에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7 복식 경기에서는 첫 서브를 꼭 넣되, 코스는 센터(T자)로 넣는 것이 이상적이다. 복식의 첫 서브와 단식의 첫 서브는 그 목적이 다르다. 단식의 첫 서브는 그 자체로 포인트를 따기 위해 에이스를 넣거나 다음 샷을 위에 상대방을 코트 바깥쪽으로 보내는 것이지만, 복식에서의 첫 서브는 우리 편 파트너가 상대방 리턴을 포치할 수 있게 셋업을 하는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서브를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서브가 센터로 갈 경우, 파트너가 포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초보자들은 흔히 (특히 애드 사이드에서) 상대방 백핸드 쪽으로 서브를 넣으려고 하는데, 서브가 너무 약하지만 않다면 (그리고 리터너의 포핸드 리턴이 특출하게 뛰어나지 않는다면) 이때도 센터로 첫 서브를 넣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


#8 둘 중 노련한 사람이 백핸드(애드 사이드)에 서야 한다. 왜냐면 우선 중요한 포인트인 40-30, 30-40 혹은 어드밴티지에서는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리턴할 때 공을 안정적으로 칠 것인지 혹은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고, 대부분의 공이 코트 가운데를 지난다는 점을 봤을 때, 애드 사이드에 위치한 선수가 공을 더 많이 칠 기회가 생긴다. 실제로 애드 사이드 선수가 커버하는 코트 면적이 2/3이고 듀스 사이드 선수는 1/3만 커버하면 된다. 만약 둘 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조금이라도 안정감이 있고, 멘탈이 강한 쪽이 애드 사이드에 서야 한다.


#9 왼손잡이는 포핸드(듀스 사이드)에 서는 것이 좋다. 왠지 모르게 왼손잡이들은 자연스럽게 애드 사이드에 서는 것이 익숙한데, 이는 코트 구조상, 그리고 바로 위에서 언급한 애드 사이드 선수의 역할을 비추어보면, 대체로 듀스 사이드에 서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그렇게 해서 오른손 잡이가 애드 사이드, 왼손잡이가 듀스 사이드에 선다면, 둘 다 센터에 오는 공을 포핸드로 칠 수 있다. 통계상 공은 80% 이상 코트 가운데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포핸드를 더 많이 치는 포지션이 유리하다.


#10 다운 더 라인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센터에 집중해야 한다. 위에서 포지션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초급자들이 복식에서 가장 실수하는 것이, 파트너가 서브할 때나 리턴할 때 지나치게 위치가 코트 바깥쪽으로 치우쳐있는 것이다. 행여나 리턴하는 사람이 다운 더 라인으로 패싱샷을 할까 봐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인데, 이는 다운 더 라인을 제대로 성공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것이다. 다운 더 라인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3가지가 있다. 첫째, 크로스로 오는 공(특히 서브)을 다운 더 라인으로 치는 것은 공의 결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둘째, 다운 더 라인은 네트의 높은 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네트에 걸릴 확률이 높다. 셋째, 다운 더 라인은 크로스 코트보다 코트 길이가 짧기 때문에 아웃될 확률이 높다.


#11 나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해야 이길 수 있다. 누구나 약점은 있다. 포핸드 리턴이 약점일 수도 있고, 백핸드 발리가 약점일 수도 있고, 오버헤드(스매시)가 약점일 수도 있다. 만약 상대방의 약점이 오버헤드라면 적극적으로 로브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로브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상대방의 약점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스트로크를 잘 치더라도 발리 잘하는 상대를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질 수밖에 없다. 결국, 특정 샷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올라가면 거의 모든 종류의 샷(예를 들어, 로브, 드롭샷, 앵글 샷, 문볼, 슬라이스, 톱스핀 등등)을 중간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상대방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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