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Sep 08. 2023

직장동료들과 군대 얘기한 썰.

역시 군대 얘기는 만국 공통.


최근에 팀원들이 모여서 점심 식사 겸 환송회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 팀장님은 임시로 다른 부서에서 파견을 오신 분이었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새로운 팀장님이 부임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팀장님이 원래 부서로 복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떠나는) 우리 팀장님은 한국계 미군이다. 정확히는 현역이 아니라 예비역(Reserve)인데, 현역 때는 군 법무관으로 근무했다. 전역 후에는 다른 정부 기관에서 민간인 변호사로 근무를 해왔는데, 동시에 예비역 군인 신분이다 보니 종종 다른 기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 기관에 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다 보니 환송회 겸 점심 식사는 자연스럽게(?)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하게 됐다. 우리 팀은 변호사 4명, 패러리걸 1명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소그룹인데, 패러리걸은 아쉽게 참석하지 못해서 새로운 팀장님을 포함해서 총 5명의 변호사가 식사를 하게 됐다.


떠나시는 팀장님 외에 내 사수가 있는데, 그분도 군 법무관 출신이다. 재밌는 건, 팀장님하고 내 사수 둘 다 군 법무관 시절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사무실에서 같은 팀원이 되기 약 20년 전, 한국 파병 기간이 겹쳐서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역시 참 좁은 세상이다.


아무튼 한국 음식을 먹다 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갔는데, 내가 카투사 출신이라는 것이 밝히니 사수가 꽤 반가워했다. (사실 우리 팀장님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면 면접할 때 그 주제가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한국에 있던 시절 카투사 스낵바에 자주 갔다면서, 내가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거기에서는 무슨 시설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보며, "아 맞아, 그 부대에 XX 시설이 있었지~ 내가 종종 거기 가곤 했었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돌이켜보면, 내가 카투사에서 복무한 경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영어 실력과 자신감을 높여 주었으며, 미국 유학을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도 결국은 카투사 생활 덕분이었다. 심지어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법 분야는 매우 특화된 전문 분야(흔히 niche area라고 한다)인데,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일 수 있도록 유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내가 개업 변호사 시절 수임했던 한 사건 덕분이다. 당시 그 의뢰인이 일면식도 없는 내게 덜컥 사건을 맡긴 이유가 바로 같은 카투사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카투사 출신이라서, 해당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어찌 됐든 한국에서도 잘 안 하던 군대 얘기를 미국에 와서 직장 동료들하고 하게 될 줄이야. 그때는 전투복 어깨에 서로 다른 나라의 국기를 찬, 동맹국 군인의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가 됐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단순히 동료애가 아닌, 전우애(!)를 느끼며 일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의 갑질과 묻지마 범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