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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Sep 06. 2018

미국에서 운전하기-커뮤니케이션

선팅과 의사소통

미국에서 운전을 자주 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차에 선팅(?)-정확히는 틴트(Tint)-를 한국보다 덜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웬만하면 미관상 혹은 개인 신상을 이유로 운전자 혹은 탑승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미국은 관련법이 엄격해서 그런지 운전자가 안 보일 정도로 진한 선팅을 한 차량을 보기가 드물다. (참고로 버지니아는 운전자/조수석 옆 유리는 50%, 뒷좌석 옆 유리는 35%까지 허용된다) 정확산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상해 보건대 미국은 총기 소유가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찰관 입장에서는 내부 운전자/탑승자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보이는 쪽이 안전 확보에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관련법도 그런 방향으로 제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거의 10년 동안 진하게 선팅 된 차만 운전하다가 미국에 와서 선팅 되지 않을 차량을 운전하니 뭔가 발가벗고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선팅 되지 않은 유리보다 시야 확보도 용이하고, 운전자/보행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비보호 자회전이 많다. 그 말은 반대쪽 차선에서 오는 차량이 없을 때, 혹은 멀리 있을 때 눈치껏 좌회전을 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웬만해선 좌회전 신호가 있기 때문에 굳이 눈치를 보거나 할 필요 없이 내 차례가 되면 신호 받아서 좌회전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 운전자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면 유리에 선팅이 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방 운전자의 표정과 눈치를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인다. 그런 경우 보통 내가 가고 싶다는 손짓을 한다든지, 혹은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좌회전을 허락한다는 의미의 손짓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상대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 거의 대부분 진입로 측 횡단보호 신호가 켜지는데 이 때도 보행자와 운전자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보행자가 건널 것인지 차에게 양보할 것인지(이 경우 보행자 우선순위지만 보행자가 차에게 양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로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혹은 내가 급하게 다른 차 앞에 끼어들어야 한다든지, 혹은 무리한 차선 변경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경우에 뒤차에게 미안하다(혹은 껴줘서 감사하다)라는 의미의 수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보통 비상 깜빡이를 잠깐 키는 것인데, 미국은 단순히 오른손을 들어 줌으로써 상대방에게 같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 역시 차량 뒷유리에 선팅이 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신호인 것이다. 


미국에서 운전하면서 느낀 점은 대체적으로 신호가 빡빡하지 않고 느슨하다는 것이다. 즉, 신호마다 방향마다 혹은 위치마다 딱딱 신호를 명확하게 나눠서 누가 가고 누가 와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구별하기보단, 그냥 주된 교통 흐름만을 통제하고 나머지 세세한 부분은 운전자/보행자들이 서로 눈치껏 조절하는 식이다. 이런 교통 체계의 장점은 교통 체증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좌회전 차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좌회전 신호가 켜짐으로써 상대방 차선의 차량들이 멈춰 서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만약 이 차선에 차가 많아서 진행이 늦는다면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인 신호인 셈 인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 신호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미묘한 운전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통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흐름을 크게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사고를 당할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글: 김정균 변호사 (미국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협회회원) 

Ballston Legal PLLC 대표변호사 (www.ballstonlegal.com)

Meta Law School Coach 대표코치 (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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