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규모의 미 국방부 입찰과 트럼프의 아마존 때리기
"제다이"하면 스타워즈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JEDI는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줄임말로 워싱턴의 핫이슈 중에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명을 정한 국방부 관계자들 중에서 스타워즈 팬들이 있었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미 육해공군의 데이터와 컴퓨터 프로세싱을 크라우드(cloud)로 통합하는 것으로 군 방위 시스템의 처리속도와 보안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자그마치 약 100억 불($10 billion)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거의 12조에 달한다. (참고로 2019년 기준 한화로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은 46조, 미국의 국방예산은 820조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현재 크라우드 컴퓨팅의 선두 주자는 아마존이다. 정확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상거래의 아마존이 아니고, 아마존 웹서비스(AWS)라고 불리는 계열사이다. 사실은 이미 이와 관련해서 낙찰자 선정 전부터 연방 청구 법원(U.S. Court of Federal Claims)에 프로젝트 진행 절차를 문제 삼아 오라클(Oracle)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애초에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4개 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는데, 구글은 국방부가 제시하는 기술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 자진 사퇴해서 실질적으로는 오라클, 마소, 아마존의 3파전 경쟁 양상을 띄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존이 제다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왜냐면 오라클이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부분 중 하나가 프로젝트의 단독 수주(single award) 조건인데, 이는 아마존에게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사전 준비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즉, 여러 개의 회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공동수주(multiple award)를 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하나의 승자가 모든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미 국방부가 아마존을 내부적으로 점찍어 두었고, 아마존에게 이 프로젝트를 몰아주기 위해서 단독 수주 조건을 내건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마존은 이미 중앙정보국(CIA)의 크라우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에 국방부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해당 소송에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오라클과 유사한 주장의 서면을 제출했고, 아마존은 오히려 단독 수주를 지지하는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보아, 아마존에서도 이미 자신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던 것 같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최소한 공동수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아마존이 주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자기네들도 어느 정도 떡고물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마존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독 수주 낙찰자로 선정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을 싫어하는 트럼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가 신문사인 워싱턴포스트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진보적인 매체로 지금까지 트럼프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논지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심증만 있는 것이 아닌 게, 전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가 출간한 자서전에서는 트럼프가 그에게 2018년 여름에 전화를 걸어서 "아마존을 물 먹여 입찰에서 떨어뜨릴 것"("screw Amazon" out of the contract)이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아마존이 애초에 시애틀에서 알링턴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아마존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존의 소송은 이제 막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소송이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최근 종영된 이승기와 수지가 출연했던 한국 드라마 "베가본드"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로도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