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휴식, 회복, 도전, 골프, 인턴, 시민권 등
매번 연말마다 "올해는 참 다사다난했지"라고 느껴서 이제는 거의 클리셰가 다 되어버렸는데, 올해는 정말로 그랬던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올해 있었던 7가지 중요한 사건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첫 번째는, 아킬레스 건 부상을 당한 일이다. 올해 봄 4월 말, 화창한 주말이었다. 오전에 오랜만에 디시에서 지인들과 즐거운 브런치를 마치고, 오후에 테니스 경기를 치르던 때였다. 파트너는 나이가 지긋한 노련한 백인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젊은 내가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이 친 드롭샷을 쫓아가다 그만 왼쪽 아킬레스 건이 파열되었다.
덕분에 최소 3달은 깁스 신세를 졌고, 나름 잘 커가고 있던(?) 내 로펌도 잠시 정체기를 맞았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부상에 아쉬운 마음이 강했는데, 그동안에 정부 조달법이라는 새로운 업무 분야를 개척하고 골프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부상으로 한 6개월은 새 의뢰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보다는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충 세어보니 2019년에는 약 50명의 의뢰인을 모셨고, 그중에 한국인은 약 7명이었다. 아직 여러 가지 다양한 채널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일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던 것 같다.
세 번째는, 인턴을 고용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둘 다 한인 남자 로스쿨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나도 로스쿨 다니면서 인턴 생활을 많이 해봤음에도, 막상 인턴하고 같이 일을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감이 안 잡혔다. 일단은 리걸 리서치 도움을 받고, 법원 출석할 때 같이 다니면서 실무를 보여주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고민해야겠다.
네 번째는, 정부 조달법이란 새로운 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형사 사건들을 주업으로 하고,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수의 전문성을 가지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정부조달법(government procurement law)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LL.M. 을 추가로 하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에 조지 워싱턴 로스쿨에서 제공하는 정부조달법에 특화된 LL.M.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합격도 했지만, 시간과 비용 대비 투자효율이 적을 거라는 생각에 등록은 보류 중이다.
다섯 번째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킬레스 건 부상 이후에 재활하는 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예전에 로스쿨 시절에 아주 잠깐 배웠던 골프를 제대로 시작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인 코치로부터 매주 1회~2회 레슨을 받은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왠지 테니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평생 즐길만한 스포츠가 될 것 같다.
여섯 번째는, 시민권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주권자로 살아간 지 3년. 학생비자로 미국에서 체류한 시간까지 합치면 약 7년간의 미국 생활 끝에 시민권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민권 신청을 수 없이도 도와주면서, 정작 나는 고민을 미루고 있었는데, 최근 여러 가지 한국의 상황, 미국의 상황, 나의 커리어, 아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끝에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빠르면 2020년 봄, 늦으면 가을쯤에 시민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작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에서도 유튜브가 대유행하는 바람에 마음먹기는 쉬웠다. 그러나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고, 생각보다 촬영과 편집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바람에 잠시 보류 중이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 방문하는, 그리고 내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응원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것 외에도 적을까 말까 고민할 만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줄여야겠다. 다음 포스팅에는 2020년의 각오, 희망, 계획 등을 적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