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5-20170214
2017년 2월 5일 - 14일, 총 9박 10일간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호텔체크인 후, 다음날 하루 구경하고 나머지 7일간은 블록체인 업계 인사들 20팀 정도를 만나게 되었다.
주 지역은 San Francisco, Bay Area, Silicon Valley, Mountain View, Palo Alto 등
시간순으로 여행기를 나열해보았다. (첫 여행이라 사진 열심히 찍음)
비행기 탐
비행기 내림
Uber와 비슷한 Lyft라는 걸 탔는데 기사나 승객 입장에서 매우 편한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다만, 기사가 택시 타는 순간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40분 내내, 샌프란시스코는 물가도 높고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항상 화나 있으며 도로나 공공시설 같은 인프라도 최악이라고 계속 열변함 - 물론 나중에 실리콘밸리나 샌프란 친구들에게 말하니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
사실상 해당 지역은 본토인이 없고 전부 외지인이기 때문에 서로 정도 없고 차갑고 계산적이며 이용하는 분위기가 깊게 형성되어 있다고 함
호텔도착함
21층이었는데 전망이 너무 좋아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9박에 300만원 가량, 샌프란은 물가가 매우 비싼 곳이라고 함
사진이 뭔가 잘 나온 것 같아서 프사로 해놓음
저 멀리 등대와 바다가 보인다.
첫날이니까 좋다는 바를 가서 마심 (술은 잘 모른다)
이 친구는 Jim Yang이다. 이번에 Tendermint 고문이사로 들어왔으며, 중국계 미국인이다.
Red Hat이라는 회사의 창업맴버라고 하는데 지분 팔아서 막대한 금액을 받았다고 한다. 근데 그때 팔지 않았을걸 후회한다고 얘기했다. 해당 회사는 현재 임직원 8000명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Jim은 32살 정도에 주식매각 후, 돈이 너무 많아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술과 음식 그리고 여자를 배웠다고 한다. 실제로 각 지역마다 명소나 맛집을 깨고 있고 바에 가면 메뉴에 없는 것만 골라서 시킨다 (일부러 자랑하려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음)
이 친구 덕분에 투어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태국 요리점에 함께 갔는데 그곳도 훌륭했다.
며칠 후 Jim은 Tendermint를 유명 VC들과 연결시켜 다른 맴버들과 피칭을 나가기도 했다. VC반응들이 아주 좋았다.
Ferry Building에 있는 로컬시장
굴이 맛있었음
Jim이 계속 따라다니면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너무 많아서 다 올릴 수는 없다.
Blue Bottle이라는 유명한 커피집이라고 한다.
Jim이 여기서는 무조건 사진 찍어야 된다고 해서 찍음
Jim과 Business Deck을 위한 토론을 두어 시간 진행함
재권을 만남, 옆에는 3년 동안 길렀다는 개 - 검은색이라 이름이 쉐도우(Shadow)다. 쉐도우는 나랑 같이 있는 동안 무려 3번의 대변을 길거리에서 봄. 나중엔 비닐이 모자라 중요한 메모가 가득 적힌 메모지를 내주어야 했다.
재권(Jae Kwon)은 텐더민트(Tendermint)의 창업자로 그리고 코스모스(Cosmos) 설립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Alexa에서 일했고, Yelp모바일의 리드개발자로 대부분 개발을 책임졌다고 한다. (Yelp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 중 하나)
필자는 현재 Tendermint의 고문이사이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중식을 먹음
크게 맛은 없었다
아쉬운 건, 지인들이 꼭 크램차우스프랑 오렌지 치킨이랑 랍스타랑 샌프란 파크를 꼭 가라고 했었는데.. 아무것도 못했다. 오자마자 사람 만나는 걸로 스케줄이 꽉 차서 커피만 매일 세 잔씩 먹음
채식주의자(vegan) 식당에서 라이스페이퍼(rice paper)와 일종의 야채쌈과 같은 음식을 먹음
라이스페이퍼의 크기가 70cm 이상으로 엄청나게 커서 먹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음
브라이언(Brian)을 만났다. 브라이언과는 이후 4번 이상 만나고 실리콘벨리도 같이 가게 된다.
브라이언(Brian)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업계에서 유명 회사인 Monax Industries에서 사업총괄을 지냈고, 업계서 가장 유명한 채널인 Epicenter의 호스트이다. 독일의 베를린 블록체인 밋업의 오거나이저(organizer)이기도 하다.
업계의 웬만큼 알려진 친구들은 전부 브라이언을 거쳐가기 때문에 인맥이 상당하고 지식도 상당하다. 이번에 Tendermint의 COO로 합류하게 되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야경이 너무 좋았다. 사진을 남김
나가기 귀찮아서 룸서비스 시킴
맛은 없었다
Skuchain의 CTO인 Zaki를 만나러 왔다.
Skuchain은 Supplychain을 블록체인 상에 올린 기업용 솔루션으로, 특히 물류와 공급계약 등에 집중한 모델이다. 필자도 블록체인을 알게 되기 전에 오픈플랫폼 방식의 국제물류솔루션을 개발하고 물류관련 Cloud ERP회사를 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매우 관심이 가는 업종이었다.
깊은 토론을 수시간 했는데, 여태 봐왔던 블록체인으로 헛소리하는 철부지들과는 달리, Zaki는 현실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플랫폼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맞는지 등을 고려할 줄 하는 정말 똑똑한 친구였다. 이상과 현실 간극을 명확히 이해하고 실현이 가능한 솔루션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Skuchain은 현재 10명 인원에 55억($5m)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러 은행들과 협업하고 있고 아마존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Supplychain에서의 중개방법은 4가지로 나뉜다.
1) 소기업 대 소기업 거래 (금융거래포함)
2) 소기업 대 대기업 거래 (금융거래포함)
3) 소기업 대 소기업 거래 (금융거래x)
4) 소기업 대 대기업 거래 (금융거래x)
금융거래가 블록체인 위에서 진행되려면 은행의 보증이나 직접참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방법은 제외한다. 서로 신뢰하지 않는 소기업들 간 거래가 가능해지려면 중간의 신뢰기관이 필요하다. 이것은 법적공증이 될 수도 있고, 금융기관의 보증이나 참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상 문서의 법적효력이나 금융기관의 참여는 어차피 Skuchain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도 제외.
소기업 대 대기업 거래에서 금융거래가 아닌 문서와 재고 및 판매상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용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의 계약서는 이미 충분한 공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소기업들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Zaki는 R3의 접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여러 개의 또는 동일 관할 내의 은행들이 동시에 합의를 이루고 전상을 뒤엎어야만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겠냐는 물음이다. 은행의 분산원장화는 시간을 두고 각 부분별로 천천히 도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정 서비스를 지정하고 한 번에 모든 은행들이 참여해 야만 한다. (이 부분은 필자도 공감)
어떤 부분을 어디까지 언제 전환할 것인지, 여기서 각 이해관계인은 어떤 인센티브를 가져갈 것인지, 기존 시스템의 key input은 누가 담당할 것인지 또 어떻게 이를 새로운 시스템에 적용할 것인지 등의 총체적이고 복잡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합의되어야 한다.
Zaki와의 대화에서 여러 가지 영감을 얻었고, L/C 또는 Factoring을 융합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해당 내용은 따로 포스팅)
유명하다는 선착장과 해산물 레스토랑. 맛은 크게 없었다
길가다가 뭔가 느낌이 와서 찍음
워낙 명소를 못 가서 길거리라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호텔 앞 인도식당에서 양고기 요리를 먹음
맛은 없었다
실리콘밸리 쪽의 Dfinity팀을 만났다. Dominic(CEO)과 Tom(COO)이다.
Dfinity는 블록체인을 통해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인공지능을 결합하고자 한다. 각 노드들을 신경망(neuro network) 개념으로 보고 각 노드들이 내리는 결정을 토대로 딥러닝하는 기법이다.
사용자들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통해 제안(proposal)을 상정하고 투표를 통해 실행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안은 누구든 상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투표는 1) 직접투표를 하거나 2) 인공지능 모드를 설정해 투표권한을 맡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투표는 Dfinity Token의 가격상승을 목표로 한다. 특정 투표의 결과 또는 특정인에게 투표권을 맡긴 결과가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으로 나타나면, 이를 참조하여 다음 결정에 반영하는 식이다(강화학습). 이를 반복하여 가격 상승에 필요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결국 가격상승이라는 ‘목표값’을 달성하는 메커니즘이다.
Dfinity 팀을 만났을 때, 이미 ICO가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1차 라운드의 목표 펀딩액은 10억이었는데, 이미 1시간 만에 해당 금액을 달성했고 12시간 동안 10억을 더 유치했다. 또한 추가로 생성된 24시간 동안 20억을 더 펀딩 받아 총 45억의 펀딩을 단 25시간 만에 달성하게 된다.
총 2번의 펀딩 라운드가 있는데,
현재 마감된 1차에서는 토큰 구매액의 3배를 지급하며, 2차에서는 1.25배로 시작하여 1배로 마감된다.
여타의 ICO와는 다르게, 펀딩 목표액이 달성되더라도 그 순간 24시간을 추가하여 해당 시간 동안 더 펀딩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델에 문제점도 상당하다.
1) 제안(proposal)의 내용이 매번 다를 텐데 이것이 계량화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점,
2) 가격 상승은 해당 코인의 내부인들보다는 시장 외부적 요소가 훨씬 클 수 있다는 점,
3) 인공지능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의 의사결정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점,
4) 거버넌스는 제안들을 실행하기 위한 거버넌스용 예산이 준비되어 있어야 활성화가 되는데, 해당 부분에 대한 준비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미진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방식의 인공지능이 작동할 것이라 보지 않으며, 토큰의 가격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케팅과 외부 투자유치에서 오는 것이지 인공지능을 통한 내부적 의사결정을 통해 온 것이 아닐 것이다.
Palo Alto 쪽의 WeTrust팀을 만났다. George(CEO)와 Patrick(COO)이다.
WeTrust는 구글 출신 개발자 두 명과 회계사, 법조인 등 고학벌의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한 팀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일종의 ‘계 또는 품앗이’ 금융모델을 블록체인화 하고자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현실에 존재하는 신뢰그룹들을 블록체인에 올리고 이들을 묶어냄으로써, 서로 간의 책임감과 처벌 메커니즘을 구현해낸다.
계가 특정한 금융계약 없이도 작동하는 이유는, 그룹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가 서로의 인맥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무너뜨릴 경우, 당사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reputation)’ 자체가 위협받는다.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어 있고 수많은 지인들이 보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자신의 보이는 모습에 더욱 신경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상에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빌려주고 이자율이나 만기일 등의 조건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설정하여 관리 및 운용하게 된다.
프로젝트 인원들의 능력이 출중하고 자세가 매우 진지하여 아주 인상 깊었던 팀이다. 함께 투자유치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는데, 결국 투자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가상화폐 네트워크에 기생하는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현재 총 가상화폐 시장인 16조 이상의 시장에 접근할 수 없음 (확장성 문제)
2) 애초에 가족이나 친족과 같은 신뢰네트워크를 통한 금융시장은 크기 자체가 작음 (타깃 시장크기 문제)
3) 금융대출업에서 필수적인 공증이나 추심(collecting)과 같은 필수요소를 블록체인으로 풀어내지 못했고 특별히 해당 부분까지 깊은 고민이나 Brain work가 없었던듯함
4) 상상력이 부족함 - 신뢰네트워크를 블록체인에 올려서 적용하는 사업이 소규모 곗돈 수준이라 실망했음, 더 큰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함
구글 스타벅스에서 만난 Tim Swanson
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셀카가 대부분이다. 나와 배경을 함께 담고 싶었는데 팔이 짧아서 얼굴만 꽉 차게 나온다
Tim Swanson은 현재 R3라는 분산원장 기업의 리써치 담당자이며, 상당수의 리써치 페이퍼가 그를 거쳐간다. 몇 권의 책도 출판했는데 볼만하다.
업계가 돌아가는 현황, 각 기업들의 투자현황, 내부정보, 뉴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로 Tim이 얘기를 했는데 말이 엄청나게 빠르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Tim을 만나면 얘기를 듣는 편이다. 그가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Tim Swanson과는 이제 6번가량 본 셈인데 볼 때마다 말이 너무 빨라서 당황한다. 원래 무허가형/퍼블릭 분산원장을 통한 ICO를 상당히 반대하는 친구이다. 법적영역 외부에서 무책임한 주체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인데, 필자도 이 내용은 100% 공감한다. 다만 본인이 참여하는 Tendermint는 스위스 주크의 비트코인으로 합법적 회계처리가 가능한 지역에 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참여자들에게 공지한 모든 기술적 내용을 개발 완료하는 조직으로 해당 내용을 재단의 설립 정관에 아예 박아두었다. 따라서 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얘기 후, Tim은 상당히 긍정적인 자세로 바뀌었고 프로젝트 자체가 분명한 기술적 의미가 있다는 것에 공감해주었다.
얼마 전 진행한 비트코인 ETF에 대한 리써치 주제를 얘기했고, 비트코인 채굴자들에 대한 규제기관의 규제에 대한 논의도 했다. 비트코인 채굴자 규제 부분은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어 따로 통화로 더 얘기하기로 했다.
유명하다는 바에서 여러 종류의 테킬라를 마심
훌륭했음
블록체인 산업, 금융, 스타트업 등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었고, 세명과 인간적인 rapport를 쌓을 수 있어 좋았음. 세명 모두 착함
그 외에도 여행기간 동안 중국 쪽 인사들과 수시간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기도 하고, 버클리 블록체인 학회나 그 외 수많은 스타트업과 VC들 그리고 업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업계 플레이어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고, 나와의 연결고리가 없거나 스케줄이 바빠서 만나지 못한 팀들도 상당하다.
전반적인 인재풀 수준이 높다고 느꼈다. 일반적으로는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명을 안 해도 금방 이해를 하니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블록체인에 빠져서 모든 걸 다 블록체인화 시키면서 헛소리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반면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 좋다고 비판하는 친구들도 존재한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가치의 이전이 가능한 경제 플랫폼이다. 따라서 IT, 기술, 참여자 간의 인센티브 구조, 전반적 경제시스템 등에 대한 복합적 이해가 필요한 까다로운 분야이다. 하나에만 빠져서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없다.
블록체인에 대한 사실상 주도적 화두는 영어권에서 이루어지며, 변방의 아시아권에서 아무리 토론을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영어권이 실제 시장이며 진출하기에 좋은 시장 그리고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시장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의 기술이나 논의를 퍼오는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진출하고 이들과 소통하여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