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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Nov 21. 2018

18. Next time은 믿지 않아

나를 너무 기대하게 만들어

아마 예전에 한 번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가게를 가오픈도 하기 전에 호기심으로 들렀던 외국인 커플이 있었다. 연신 '원더풀~ 뷰티풀~'을 외치며 구경하더니 나가면서 언제 정식 오픈하냐 물어 얼떨결에 바로 내일이라고 대답했더랬는데, 당연히 바로 다시 방문하겠다며 두 엄지를 추겨 세우며 떠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커플은 다음 날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고 결국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왠지 모르게 외국인들이 가게를 칭찬하며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들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Next time'을 강조했었기에 나는 또 순진한 마음에 언제 다시 올까, 다시 오면 이번엔 어떻게 맞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했는데, 이제와 얘기지만 그들 중에 다시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간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사람들의 말에서 어느 정도 진심과 거짓 (혹은 예의상)을 구분하는 편인데, 그들의 눈빛과 표정, 태도는 모두 진심 같아 보였지만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 초짜 가게 주인인 나는 적잖이 섭섭하기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시 돌아올 확률은 진심이 있다 하더라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거늘. 초짜 가게 주인은 그렇게 섭섭해했다.


그렇게 한 동안 나를 설레게 했던 next time이 잠잠해진 요즘. 말없이 재방문을 해준 외국 손님이 생겼다. 가게를 닫기 전 늦은 시간에 홀로 방문해 손짓으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서는 뒷 쪽 테이블에 앉아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갔던 분이 오늘 비슷한 시간에 또 방문했다. 오늘은 좀 더 익숙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셨고 나는 반가운 마음을 살짝 숨기며 얼른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내려드렸다. 오늘도 테이블에 앉아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중이다.


우리 가게가 영화 아이템이 주력이다 보니 카페를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나름대로 커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편이다.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원두나 에스프레소 머신은 결코 저렴한 것을 고르지 않았고 맛도 나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 자부할 만큼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가끔 다시 오시는 분들이 커피 맛이 좋았다고 할 땐 다른 칭찬을 들었을 때 보다 더 기분이 으쓱해진다. 지난번엔 프랑스 분 두 분이 오셔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셨는데 나 혼자 어찌나 떨리던지. 반응을 슬쩍슬쩍 살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가셔서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오늘 손님도 없고 조금 일찍 문 닫고 가려다가 다시 방문해준 외국 손님에 기분이 슬쩍 좋아졌다. 이러다가 단골 되시려나 (기대 기대). 

지금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사운드트랙 LP를 틀었다. 분위기 좋다.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리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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