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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y 31. 2019

53. 조(금) 급해진다

너무 여유로웠나

그냥 '조급해진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내 상황과는 조금 다른 뜻인 것 같아서 찾아보니 역시나 참을성 없이 몹시 급하다는 뜻으로 지금 내가 쓰려는 의도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조금 급해진다로 쓴다.


조금 급해진다. 한두 가지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면 덜 급해져도 충분히 걸러낼 시간이 있었을 텐데,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나를 급하게 만드는 일들이 짧은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다 보니 급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통장의 잔고가 점점 준다는 걸 은유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랬으면 좋겠다. 이체를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그리고 동종업계는 비교할 대상이 사실상 없다 보니 비슷한 자영업자들의 근황을 비교하며 듣지 않을 수 없는데, 2호점을 낸다던지 가게를 확장한다던지 하는 소식을 듣게 되면 '우리와는 거리가 있어'라며 괜찮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조급해진다.


올해 초에 러프하게 세워 두었던 계획들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낸 허성 세월이 이럴 땐 더 쓰라리다. 물론 커다란 노력 없이 운 좋게 달성하게 된 좋은 기회들도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무언가 직접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은 내가 일부러 노력을 더 더 하지 않으면 저절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우스운 얘기지만 좋아하는 것, 아니 사고 싶은 것들은 여전히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하필이면 이럴 때 평생을 기다려왔던 뮤지션의 내한공연이 확정된다거나 (U2), 살짝 관심 있던 분야가 아주 관심이 큰 작품과 콜라보를 해 제품을 내놓는다던가 (기묘한 이야기 x 폴라로이드 카메라), 아 스타워즈 콜라보레이션 운동화도 있다. 가게를 하고 육아를 하면서 그 전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구매하는 빈도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그래도 다 좋자고 하는 일인데 임계점을 넘어서는 좋아하는 아이템들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 급해진다.


다행히 이 조급 해지는 순간에 오랜 숙원 사업(?)과도 같았던 마이페이보릿 로고가 완성되었다. 이것 하나 만으로도 큰 짐을, 아니 큰 힘을 얻은 기분이다. 로고라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어쩌면 앞으로 더 돈이 들어가게 될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꼭 만들고 싶었던 로고가 완성되어 그것만으로도 좋다.


벌써 6월이다. 조금만 급해지자.


가게 앞 유리공방에서 아내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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