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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04. 2019

55. 오래오래 번창하세요

가슴에 왜 팍 꽂히지 ㅠ

오늘 같은 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매월 초 하루는 입점되어 있는 작가, 업체 들의 지난달 판매 금액을 정산해서 메일로 안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여러 개 포함되어 있는 메일과 파일은 몇 번이고 다시 보기를 통해 확인 한 뒤에야 보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특히 여러 사람을 각각 순서대로 보내기 때문에 서로 내용이 바뀌거나 첨부 파일이 바뀌게 되는 날엔 큰일이 나기 때문에 (사실 큰 일도 일이지만 나 스스로가 이런 실수를 용납할 수가 없다), 집중을 특히 더 하는 편이다.


월 정산 안내 외에 몇몇 업체는 지난달 우리가 매입한 금액에 대해 입금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요새는 주로 LP를 수입한 업체에 금액을 입금하게 되는데, 지난달은 주력 앨범이 여럿 입고되어서 매입에 적지 않은 비용을 썼더랬다.


와, 그렇게 몇 번의 이체를 하고 나니 회사 통장이 금세 텅텅 까지는 아니지만, 훌쩍 날씬해져 버렸다 (최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써봤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것에는 점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금액이 정말 걱정 근심을 필수로 해야 하는 수준으로 점점 내려오다 보니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한동안 떨리지 않던 눈두덩이가 하루 종일 떨렸다. 


그래서인가. 택배 주문을 위해 고객과 DM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고객분이 '오래오래 번창하세요'라고 인사말을 남겼는데, 이게 왜 인지 가슴에 팍 하고 꽂혔다. 오래오래 해달라는 말이 나에게는 오래오래 과연 가능할까?로 와 닿았던 게지. 지난번 박정민 배우가 싸인과 함께 남겼던 말도 그랬다. '오래 남아주세요'


왜인지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래 남기가, 오래오래 번창하기가 정말 어려운 업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의 말은 특히 다량의 이체를 마친 내게는 더 와 닿았다. 


진짜 오래 할 수 있을까.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내 걱정이 된다. 몇 달 뒤 1주년이 될 텐데, 그땐 겨우 1년이지만 살아남았다를 주제로 이벤트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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