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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11. 2019

56. 골목 회식

이 얼마 만에 회식인가 ㅠㅠ

우리 골목에는 우리 말고도 몇 곳에 가게가 더 자리 잡고 있다. 멀리는 동네에서 유명한 흑백 사진관부터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만드는 공방들, 그리고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유리공방까지. 다들 혼자 나와 있거나, 특히 우리는 주로 혼자 나와있어서 자주 인사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는 골목 동료들이다. 사실 우리는 업종도 좀 다르고 (국내에 정확한 동종업종이 없다), 내가 막 먼저 살갑게 말을 걸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다 보니 인사만 주로 나누고 별로 친분을 쌓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처음으로 같은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저녁이나 함께 먹자고 해 회식 아닌 회식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회사를 관두고 나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 월급 말고) 회식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뭐 나랑 아내랑만 하는 작은 회사다 보니 회식이나 워크숍은 이제 딴 세상 얘기가 됐다. 그래서 회식이 가끔 그립기도 한데 (그냥 술자리 자체가 그리운 것 흑), 정말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밥과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아쉽지만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못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하나 다행인 건 우리 말고 다른 가게들도 이번이 제대로 회식을 하는 건 처음이라 우리나 늦게 합류한 가게가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특히 업종이 좀 달라서 공감대가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장사하는 건 다 똑같더라. 경우 없는 손님들 얘기. 그간 이 골목에서 가게를 하기까지의 이야기들. 공감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아직 자영업 초보인 우리는 그저 '그랬구나'싶은 선배들의 이야기도 많아 술자리임에도 경청하게 되더라.


처음 골목 회식을 마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곳에 자리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별로 외향적인 성격이 되지 못해서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했다고 혹은 어울릴 계획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와보니 벌써 의외로 적지 않은 인연이 생겼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처음 희열 군산이라는 프로젝트에 인터뷰어 참여하게 되면서 마리서사를 비롯해 책을 만드는 지역 분들과 조금이나마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이후 군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인 로컬 라이즈 분들과도 그분들이 다 적극적으로 나서주신 덕분에 나는 참여를 하는 팀이 아니었음에도 어느 정도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바로 옆에서 함께 장사하는 분들과의 인연까지 맺다 보니, 나도 이제 군산에서 적지 않은 인연들을 맺게 되었구나 싶어 새삼 놀랍기까지 했다. 군산에서의 시간은 모든지 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긍정적인 일들이 빠른 속도여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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