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다시 물어본다
월요일은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와, 내가 능동적 주 6일 근무자라니) 정기휴일이다. 정기휴일이라도 일주일에 딱 하루이다 보니 쉰다기보다는 이것저것 업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내는 편인데, 요새는 그나마도 주말 동안 들어온 온라인 주문을 포장하는 일로 오히려 월요일이 더 바쁘다. 특히 최근엔 화요일 하루를 더 쉬어야 되지 않을까 정도로 월요일 정말(정말로) 바쁘다.
그 많은 온라인 주문의 대부분은 LP(vinyl)다. 우리는 다른 바이닐 샵들에 비해 사운드트랙을 위주로 판매하는 편이고 다른 인기 팝이나 가요는 아주 제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앨범과 수급할 수 있는 제품에 한해서만 판매하고 있는 걸 감안한다면 제법 많은 주문량이다. 그렇게 업무의 많은 시간을 바이닐을 포장하는 데에 할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OST 말고 인기 있는 팝이나 가요 앨범들도 주력으로 팔면 어떨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팔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사운드트랙 위주(90%)에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외 음반을(10%) 판매하는 데에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훨씬 더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할 수 있고 사운드트랙에 비해 더 큰 시장인 다른 인기 장르들을 모두 커버한다면 매출이 늘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는 했지만 굳이 나누자면 대 장르로만 따져봐도 현재 10분의 1 정도만 취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만약 나머지 10분의 9를 취급한다면 재고가 늘어나는 걸 감안하더라도 매출이 늘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다시 근원적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모든 장르를 다 판매하면 마이페이보릿을 시네마 스토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작은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영화와 관련된 것들만 판매한다는 일종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인데, 이 캐릭터가 흐려지게 된다면 결국 브랜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평소 가장 신중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우리 가게에는 영화 외적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 외 음반들과 뮤지션들의 굿즈들을 소량 취급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매번 브랜드의 성격이 흔들리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예민하게 관리 중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점점 더 바이닐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내 맘 속 이런 유혹이 점점 더 강력해진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잘 팔 수 있는 걸 굳이 팔지 않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차라리 새로운 브랜드 (혹은 서브 브랜드)를 내는 한이 있어도 이 선은 끝까지 지켜내고 싶다.
오늘도 동종의 다른 업체들을 모니터링하다가 어김없이 이런 유혹에 살짝 흔들렸다. 우린 취급하지 않는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앨범이지만 판매량이 많거나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판매되는 앨범들을 보며, 우리도 그냥 팔아볼까 싶은 유혹.
안돼. 안돼. 차라리 마이페이보릿 바이닐 샵을 따로 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