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여기보다 더하겠어? - 응, 더해 ^^;
사회생활 처음부터 누구나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 우는 곳에 취직한 이들이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 아니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보통 회사에 불만을 갖게 되었을 때 이런 얘기를 자주 하게 된다. '아, 진짜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은데, 어딜 가든 여기보다 더 하겠냐?'라는 말. 하지만 딱 잘라 이야기하면 그런 곳은 100% 존재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난 15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총 다섯 곳의 회사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녀보게 되었는데, 자의로 관둘 때는 저런 심정인 경우가 많았다. 일 적인 스트레스 외에 관계나 일 외 적인 것에서 불합리 혹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일이 많아 결국 '아, 진짜 여기보다 어디든 낫겠지'라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한 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뒤에 바로 다른 직장을 구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다. 최악이었던 곳도 있고, 그냥 다닐 만한 수준이었던 곳도 있고, 다 괜찮지만 몇 가지가 못 참을 정도로 최악이었던 곳도 있고 그랬다.
내가 이 주제를 주변에 얘기할 때 자주 드는 두 가지 예가 있는데, 첫째는 내가 다녔던 모 회사에 관한 실화다. 그 회사는 내가 평소 좋아하던 분야의 회사로 이미 나도 고객이었던 회사였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다녔던 다섯 곳의 회사는 모두 직원이기 이전에 고객이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 입사하기 전에는 이 회사가 어느 정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일 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장님과 직원들과의 관계 등 분위기가 무엇보다 화목하고 즐거워 보여서, 사무실을 스케치한 어떤 잡지의 기사 속 사진을 보고는 ‘와, 이런 회사에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이 회사에 꼭 입사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적절한 시기에 경력을 인정받아 이 회사로 드디어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회의 찌든 물이 깊게 스며들지는 않았던 때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잡지 속 사진 한 장이 주는 이미지는 정말 강렬했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날 정도로.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회사를 입사한 지 딱 한 달쯤 되었을 때, 바로 그 분위기가 가짜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관계에서 오는 불만으로 인해 결국 나중에 퇴사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냥 '여기보다 더 한 곳은 없겠지' 수준이 아니라 '와, 저런 회사 다니면 정말 좋겠다'라는 곳에 입사를 했는데도, 그곳은 더 한 곳이었다는 얘기다.
둘째는 직원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느 회사나 직원이 몇 명이든 간에 꼭 한두 명은 이상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이상하다는 건 좋은 의미의 이상하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회사 생활에 불편을 주는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이 경험적 통계는 회사 생활을 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회사를 떠올렸는데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그 이상한 사람은 바로 본인 스스로 일 정도로 이 통계는 틀린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와, 진짜 저 사람 같은 사람은 또 없겠지' '저런 이해하기 힘든 상사가 또 있을까' 싶어 회사를 이직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본인 포함)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치 질량 보존의 법칙과도 같다.
그래서 여기저기 회사도 다녀보고 여러 사람들을 겪어 본 결론은, 어디에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지금 다니는 회사의 고통이나 불만은 꼭 이 회사여서 겪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디에서나 겪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부정했던 탓에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뼈아픈 체험들로 결국 인정해 버린 결론. 이 결론의 메시지는 어디나 똑같으니까 그냥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유니크해 보이는, 여기에만 혹은 나에게만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들이 사실은 보편적인 상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조금은 견디기 수월해진다. 그러니까 군말 말고 다니라는 그런 꼰대 같은 소리는 아니다. 견뎌야 할 때 조금이나마 견딜 힘이 된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