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좋은 사람 콤플렉스 #2

과연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계속 이렇게 사는 건 어떨까.

by 아쉬타카
Smile.jpg ⓒ Warner Bros.


이 콤플렉스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굉장히 복잡한 감정 같은 것인데 그래도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한 번은 정리를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사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걱정도 이 콤플렉스에 기인한 것일 게다).


흔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고 하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로 인해 나에 대한 평가 혹은 명예를 드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내 경우는 완전히 개인적인 측면이 강하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이 되고자 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훨씬 더 지배적인데, 그것이 이상하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모호하고 상대적인 개념인 경우다. 예를 들어 누구도 하기 싫은 업무가 팀에게 주어졌을 때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적절히 분배하면 오히려 서로 편할 수 있지만, 나 같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이 업무를 100%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의 조건을 따져서 그것이 설령 내가 다 뒤집어쓰는 형국이라 하더라도 결론이 그렇다면 내가 혼자 해결하는 것이 더 몸적으로나 맘적으로 편한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서도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진과 자주 부딪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내가 꾸렸던 팀들은 주로 신사업인 경우가 많아서 나를 제외하면 신입 인력들로 꾸려진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이들을 바로 필드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아마 이건 개발자들이라면 더 공감할 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팀원들을 교육하는 방식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반복을 거쳐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한 번 매뉴얼대로 풀코스로 교육을 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한 번 매뉴얼을 보며 주요 업무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그다음엔 바로 곁에서 일을 봐주면서 실제 업무를 진행해 보도록 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완전히 혼자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되 최종적인 확인 과정을 두고, 이런 방식으로 몇 번의 업무가 문제없이 이뤄진다고 판단될 때 최종적으로 완전히 업무를 넘기는 (나는 팀장으로서 최소한의 컨펌만 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특히 업무에 관련해 매뉴얼을 만들고 기준을 세우고, 노하우를 누구나 보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로서 만드는 것 같은 교육 측면에 특히 관심이 많았었는데, 그렇다 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 쉽게 양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회사가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직원 교육을 하면서 그 직원이 100%는 아니더라도 7~80%의 업무 수행은 가능하다고 여겨질 때 실무에 차근차근 투입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다녔던 마케팅 대행 회사의 경우는 그런 여유는 사실 없었다. 그렇다 보니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줄 현실적 시간이 없어서, 결국 당장 고기를 어디서 살 수 있는 지를 알려주거나, 아니면 내가 당장 고기를 사서 전달해 줘야만 일정 내에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내가 회사가 원하는 대로 팀원들이 아직 업무 파악 중이라 부족하더라도 당장 급한 일들을 일단 맡기고, 어떻게든 문제없이 처리하자는 것에 반대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째는 장기적인 측면과 팀원 개인을 위한 이유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급한 대로 일을 배우게 되면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는 없다. 운동선수로 보자면 당장 경기는 뛸 수 있겠지만 결국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그 직원에게도 해당 업무의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는 것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여겼고, 회사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더 유능한 직원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여겼기에 반대했었다.


두 번째는 아주 비즈니스 적인 측면이다. 내부 프로젝트도 아니고 실제 클라이언트로부터 비용을 지급받고 그 계약 사항에 맞게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업무를 가지고 직원 교육의 테스트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신입 직원들도 만족할 수준으로 잘 해내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더라도 클라이언트가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아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 돈이 오고 가는 계약을 두고 이런 운에 맡길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좋고, 당연히 계약을 하는 클라이언트들을 파트너로 가져갈 수 있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여기서 하나 더 빼놓으면 안 되는 부분은 실제 현실에 대한 인식과 해결 방법이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말만 들으면 내 얘기가 훨씬 옳고 회사는 마치 그냥 아무렇게나 처리하려는 나쁜 이미지로 보일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고,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현실적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 현실적 문제는 논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 만약 앞서 말한 이야기들만 놓고 보자면 당장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팀장인 내가 고리타분한 원론을 강조하기만 해서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을 입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물론 내가 아무런 대안 없이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한 원론을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클라이언트들의 계약 성격을 파악해 일단 내가 커버할 수 있는 중요 건들을 최대한을 해내고, 비교적 어렵지 않아서 낮은 업무 숙련도에서도 진행이 가능한 업무들을 팀원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팀에 주어진 매출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도록 했다.


내 이런 고집을 꺽지 못한 회사는 일단 내 방식대로 하게 두었고, 나는 실제로 이 방식대로 팀 목표를 매번 달성해 왔다. 지금 와 얘기지만 내가 매번 목표를 상향 달성했음에도 회사에서는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약간 속으로 '거봐. 내 방식대로도 가능하다니까'라며 우쭐했었는데, 그 우쭐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목표 달성과 별개로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왔던 것이다. 바로 그 '좋은 사람 콤플렉스' 때문에.


앞서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업무 숙련도를 높이고자 했던 방식을 팀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는데, 겉으로는 '난 이런 방식은 원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최대한 커버해서 문제가 없도록 할 테니, 차근차근 따라와주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이건 사실, '그래 나는 팀원들이 정말 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업무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실행하고 있어. 이게 내가 원하던 진짜 좋은 팀장이지'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이 방법이 옳은 결정이었는가 아닌가를 떠나서, 스스로 옳은 결정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만족감이 컸달까. 실제로 저런 형태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가 실무를 과하게 떠맡아야 하는 측면이 컸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그 일 아쉬타카 님이 다 하지 말고 그냥 팀원들한테 맡겨요'라던가 '팀 인센티브도 아쉬타카 님이 더 가져가야지 왜 똑같이 나눠'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저 만족감이 있었기 때문에 일이 혼자 더 많아도, 그렇게 하고도 인센티브를 똑같이 1/n 해도 진짜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 바로 좋은 팀장이 되고 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 때문에.


(예상보다 글이 길어져서 가독성을 고려해 #3에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 좋은 사람 콤플렉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