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좋은 사람 콤플렉스 #3

적어도 회사에서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by 아쉬타카
Smile.jpg ⓒ Warner Bros.


결정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강박이 의미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 일은 전혀 다른 곳에서 발생되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만약 일어난다면 아주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분명한 약점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존재는 예상했지만 그 충격은 예상하지 못했던 약점이 터졌을 때의 상처는 생각보다 더. 더 쓰라렸다.


회사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는 내부적인 잡음이 필연적으로 발생했다. 성장통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시행착오라고 불리는 일들의 한 가운데서 정통으로 해쳐나가야만 했던 나는, 그럼에도 저 놈에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버리지 못했다. 몇 번이고 버릴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꼭!'이라는 심정으로 또 달려들었다.


내가 팀원들에게 좋은 팀장이 되고자 했던 것들 중 가장 대표적인 태도는 팀원들을 속이지 않고 내가 아는 선에서 말해줄 수 있는 최선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히 내가 다녔던 회사처럼 회사 간의 합병과 팀의 교체, 조직 개편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민감한 정보를 모두 공유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었다 (아, 이건 가치 판단의 문제이니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팀원과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너무 제한적인 정보로 인해 불안해하고 무엇보다 한 치 앞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한 억측이나 너무 심한 오해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는 한 최선의 정보를 공유했었다.


그 대신 한 가지를 부탁했다. 보통 회사에서 경영진이나 관리자가 이야기하는 내용 가운데는 많은 계산이 필요한 말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그럴지도 모른다' '아직 결론이 안 났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거기에는 진짜로 반반의 가능성이나 불확실한 결론이 있다기보다는 사실 이미 결정은 났는데 말해줄 수 없다거나,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런 걸로 결정되었어 라는 의미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나는 이런 복잡한 셈에 제법 능한 편인데 그렇다 보니 오히려 정반대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나는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겠다. 그 대신 꼭 내가 말하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고, 불만 등이 있을 때도 쌓아두지 말고 바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실제로 팀원들이 불안해하는 어떤 일에 대해 나는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아직 결론이 안 났다'라고 얘기를 했다. 즉,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중적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사항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줬던 것이다.


결국 나는 팩트 만을 전달했지만 결과는 각자 그 팩트를 기반으로 예상을 하게 만들었고, 실제는 그 예상과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이에 대한 불만과 오해가 모두 나에게 돌아왔다. 결국 신뢰가 문제였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눴으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분에 있어서도 솔선수범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방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 혼란을 최소화해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했던 것이 독이 되어 더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처음에는 경영진은 팀원들을, 팀원들은 경영진을 욕하고 나는 그 중간에서 각자의 입장의 대변해 오해를 줄여 갔지만 나중엔 우습게도 경영진과 팀원 모두 질타의 대상이 나로 향했다. 경영진과의 관계야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팀원들 과의 관계가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을 땐 정말로 상처가 컸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당연히 팀장으로서 잘못을 할 수도 있고 팀원들의 불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불만이 생겼을 때 나에게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운영 시스템이었는데, 나에게는 불만이 없다고 말하고 경영진에게 바로 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게 되었을 때 이미 게임은 끝나 버렸다.


그렇게 되자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거봐 아쉬타카 님, 처음부터 그냥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되는데 그렇게 고생해봐도 소용없잖아' '잘해줘도 소용없다니까'.

난 진심으로 내 방식, 내가 고집했던 그 방식과 그 실패에 대해 실망과 자괴감이 컸다. 반대로 날 더 믿어주지 않았던 팀원들에 대해서는 정말로 크게 아쉽거나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인간적으로 서운한 마음은 들었지만 내가 자초한 일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더 세심했더라면 하는 부분도 발견되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그 실망이 팀원들에게 향하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그랬지.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애초부터 회사란 곳에 좋은 사람, 좋은 팀장이란 의미 없는 것이었을까.


난 평소에도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인데, 오랜 회사 생활을 관두면서 조금 달리 생각하게 된 점은, 적어도 회사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팀원들을 닦달하고 자기만 아는 팀장이라도 회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그래서 팀원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라는 정도가 아니라, 방식이 거칠고 일방적이거나 간혹 폭력적(나는 반대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방식을 폭력적이라고 말한다)이라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회사는 물론이요 직원들 입장에서도 더 좋은 결과라는 얘기다.


가장 허탈했던 점은 이런 거였다. 회사 내에서 좋은 선임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려던 나의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운영해 온 선임자 보다도 팀원들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될 땐, 정말 소용없는 짓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는 문득 떠올랐다. 나는 회사를 15년도 넘게 다녔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직도 처음 회사를 다니던 그 마음 가짐으로 이상적인 모습만을 꿈꾸며 할 수 있다고 믿어 왔었구나. 이쯤이면 현실적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주변 가까운 후배들에게도 현실적인 충고로 상처받지 말 것을 조언해 왔었는데, 정작 나는 아직도 순진한 초년생의 마음 그대로였던 거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사람만 좋은 선임자고 이를 못마땅해 한 경영진이나 미처 헤아리지 못한 팀원들은 나쁜 이들이라고 결론 낸다면 큰 실수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경영진이라면 이러한 경영 철학을 말하는 중간 관리자의 입장을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고, 팀원들 역시 이상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팀장의 생각 혹은 감정을 모두 헤아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적당히 자기 입장에서 수용하고 주장해 가며 회사 생활을 해 나간다. 난 좀 너무 나아갔던 경우다. 모두를 위하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어쩌면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된다는 그 느낌에 취해서 말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속속들이 늘어놓을 정도로 시간도 흐르고 많이 깨닫게 되었으니 이제는 이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졌을까? 장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나는 남들은 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부담도 느끼지 않는 것들에 대해 끝까지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도 하나 결심한 것은 있다. 앞으로는 최소한 비즈니스 적인 관계에서 만이라도 이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것.


조금은 냉정해지더라도 아무도 욕하지 않아. 나만 신경 쓰는 것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신경 쓴다 해도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리고 그것이 결론적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해. 오늘도 되뇐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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