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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r 30. 2016

16. 마지막 월세

계속 쭉 그랬으면...

처음 독립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긴 했지만 돈이 모일 정도는 아니었기에 당장 보증금 200만 원이 없어서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결국 빌리지 못해 당시 다니던 회사에 가불을 받았고, 월 20만 원씩 10달 정도 차근차근 값으면 되겠지 생각했던 내게, 회사는 한 달에 50만 원씩 값아야 한다고 말해, 넉 달을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회사-집-회사-집 만 반복했었더랬다 (왜냐하면 당시 내 월급은 110만 원 수준이었고, 50만 원을 갚고 월세 32만 원을 내고 생활비 등등 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처음 남가좌동 옥탑방에서 시작한 내 진짜 본격 독립생활은 반지하였지만 홍대를 5분 만에 걸어갈 수 있어 좋았던 서교동 집을 거쳐, 광명 하안동 아파트와 역시 하안동의 신혼집에 이르기까지 월세. 월세의 연속이었다. 누가 월세를 좋아서 선택했겠는가. 전세를 구할 큰 돈은 없고, 월세도 당연히 부담되지만 일단 감수할 수는 있었기에 선택했던 것이지. 한 번은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이 월세를 갑자기 15만 원 가까이 올려서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던 적도 있고, 반대로 이사 간다고 하니 월세를 확 올려서 세입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런 월세를 이제 적어도 한 동안은 낼 필요가 없어졌다. 내 집이 생긴 것이다. 난 차는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막연하게 내 차를 갖고 싶다 라는 꿈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남들처럼 '내 집'이라는 것을 간절히 바랬거나 목표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원래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은 사실 없었는데, 워낙 전세가 귀하고 또 비싸기도 하고, 문득 또 월세를 내고 집주인의 눈치를 봐서 집에 못 하나도 제대로 박지 못하고, 고양이들이 뛰어놀 때마다 집을 상하게는 하지 않을까 가슴 졸이던 것이 생각나, 아주 약간은 충동적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고 월세를 직접 내기 시작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매달 내는 이 큰 비용의 월세를 내지 않는 다면 얼마나 더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부모님 집에서 사는 동료들이 부러웠던 적도 없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도 월세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는 지금, 나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않게 되었다. 뭐, 회사 말고 다른 일을 찾고 준비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뭔가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지막 월세를 냈다. 

아마 오늘 밤은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도, 몸이 절로 반응해 잠이 잘 오지 않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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