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에서는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 모를 나에게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없듯이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아, 그 순간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구나'라고 뒤늦게 알게 되거나,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회사에 입사하고 이직하고 퇴직하는 굵직굵직한 순간들만 되돌아봐도 '만약....어땠을까?'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잘 나가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몇 년 전 초기 멤버를 모으고 있을 때 지금의 대표로부터 함께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전혀 이직 생각이 없었음에도 살짝 고민이 될 정도로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이는 서비스였는데, 이 때는 내가 그냥도 아니고 아주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운영하던 서비스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시기라 아쉽긴 했지만 비교적 쉽게 거절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와 얘기지만 결론적으로 현재 두 회사가 하고 있는 서비스들의 성격을 살펴보자면 이직할 수도 있었던 이 회사 서비스의 성격이 나랑 더 맞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회사를 관둔 입장에서 가끔은 '그때 이직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뭐 어쩌랴. 다 타이밍이지.
또 하나 퇴직을 하면서 혼자 피식하고 웃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회사를 입사할 때 나는 이 회사가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그 분야에서 내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을 했었다. 물론 콘텐츠 사업과 콘텐츠 마케팅 사업은 정확히는 다르지만 콘텐츠가 주가 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기대했던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았었는데, 나도 회사도 콘텐츠가 중심이 된 사업을 만들어 가려 애썼으나 잘 되지 않기를 수년. 결국 사업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내가 처음 기대하고 바랐던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나서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콘텐츠 (마케팅) 사업의 붐이 도래하게 되었는데, 나는 아쉽게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돼버렸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제야 내가 원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시절이 왔는데, 나는 이미 다른 것들로 방전되어 버려서 떠날 수밖에 없게 되니 스스로 씁쓸한 기분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하지만 회사에는 꼭 필요했던) 일들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경험도 생기고, 그 분야의 경력도 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가 이렇다 보니 만약 그때 저런 선택을 하지 않고 끝까지 본래 하고자 했던 바를 고수했더라면, 최소한 업무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거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당시 내 주변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나는 이 선택을 하면서도 분명 끝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못해 결정을 하면서 '아, 이건 안되면 물론이고 잘 돼도 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네요'라고 했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윽). 물론 다 결과론 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그렇다고 쳐도 마치 타임 패러독스 영화처럼 그 당시 내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부터 꼬이게 되는 일들이 척 봐도 많아 보인다 ㅎ 그랬다면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겠지만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역시 모르는 거니까.
정반대로 그런 생각도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했던 선택들, 그러니까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혹은 발전하게 된 일들에 대해서. 회사가 어려워 직원 대부분이 퇴사하거나 퇴사당했어야 할 때 관두지 않고 끝까지 남아서 달라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제법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 던 중 종종 있었던 스카우트 제의를 다 거절해서 얻게 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냥 또 참고 회사를 다니지 않고 끝내 퇴사를 선택함으로써 달라지게 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대해 과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으로 '만약...'을 떠올려 보게 되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전부 나쁜 선택만 했던 건 아니었을 거다. 괜찮은 선택도 했고, 혹은 당시는 정말 하기 싫은 선택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어..라고 재차 생각하게 되는 아쉬운 선택도 있었고.
가끔 그 중요한 순간마다 다른 선택을 했을 지도 모를,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를 생각해 본다.
너는 회사 다닐 만 하니?
아니면 설마 나보다도 먼저 관둔 건 아니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