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중간관리자는 외로워

자신의 회사 내 상황과 역할을 완전히 공감해줄 동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by 아쉬타카
14218918030142.jpg ⓒ 창비


언젠가 편하게 얘기하던 경영진 멤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쉬타카님, 직원들이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오해도 많이 하는 것 같아 괴로워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님은 경영진이잖아요. 아무리 직원들과 가깝고 친하게 지내려고 해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절대 편하지가 않죠. 직원 입장에서 사장이나 부사장이 편하겠어요? ^^;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라고.


내가 다녔던 회사 중 하나는 비교적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간의 거리가 가깝고, 전직원들이 편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문화가 강했던 회사였기에 경영진의 저런 고민도 충분히 이해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대답했던 것처럼, 10명 이내의 인원일 때는 정말 모두가 사장과 직원 상관없이 편하고 부담 없는 가운데 일할 수 있었지만, 인원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런 관계를 예전처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경영진들도 다 사람인지라, 더군다나 직원들과 나이 차이도 거의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어서 더욱, 또래나 몇 살 어린 직원들이 자신들을 그야말로 사장님, 부사장님처럼 어렵게 대하는 것이 괴롭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식의 대답도 했던 것 같다. '**님은 이제 직원들이 어렵게 생각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 대신 경영진으로서 다른 것들을 누리고 얻은 것들이 있잖아요. 어차피 같아질 수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이 대화를 나누던 당시도 나는 직책이 팀장이었다. 그 이후 회사 조직이 더 커지면서 본부장, 부장, 실장 등 직책을 바꿔가며 작은 팀부터 큰 본부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나도 저 때 경영진과 나누었던 대화 속 딜레마를 똑같이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 다른 점이라면 나는 경영진까지는 아니라서 좀 애매했다는 것 정도.


이건 아마 회사의 규모와 성장 과정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한 경우일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중간관리자로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낄 때 내 위치는, 경영진들과 자주 대화했으나 경영진은 아니었고 (즉, 대부분의 순간엔 그저 경영진과 직원일 뿐이었고), 팀원들과 있을 땐 회사의 초기 멤버로서 경영진에 가깝게 느껴지는 어려운 팀장이었다. 일단 후자의 경우는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었는데, 스스로 팀원들이나 어린 직원들이 모일 땐 일부러 빠져 주기도 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모두가 좋게 좋게 지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팀장으로서의 역할 이상의 것은 최대한 안 하려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뒤돌아서면 내가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런 '팀장'이 될 수 밖에는 없다는 사실에 괴롭고 쓸쓸했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팀장으로서 수용하고 적응해 가야 할 부분이라는 점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중간관리자로서 많이 외로웠던 건 이런 괴로움이나 팀장으로서의 고충을 함께 나눌 동료가 없었다는 점, 아니 그런 동료와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팀원들과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유할 수 없는 공감대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회사의 규모가 작았을 땐 이런 고충을 가까웠던 경영진들과 나누는 것으로 해소했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경영진과 나의 관계에는 더 명확한 선이 그어지는 바람에 그럴 만한 여유도 여건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보통의 회사 같으면 이럴 때 이른바 '동기'들, 그러니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서 같이 중간관리자를 맡고 있는 이들과 잦은 교류를 통해 해소했을 텐데, 우리 회사의 구조상, 그리고 내 애매한 포지션상 그럴 만한 동료가 거의 없거나 그럴 여유를 찾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퇴사를 거의 앞둔 마지막엔 그래도 제법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눌 만한 동료들과 다시 시간을 여러 차례 가질 수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많은 힘겨움과 외로움에 퇴사를 완전히 맘 속으로 굳혀 버린 뒤였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른바 '동기'라는 존재가 너무 부러웠다. 만약 이런 고민을 계속 나눌 동료가 있었다면 아마도 같이 회사 욕을 하면서 더 오래 다닐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한참 힘겨울 때 나는 내 불만을 동료와 함께 나누기보다는, 누군가의 불만을 듣고 회사의 입장에서 이해시키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더 힘겨웠던 것 같다.


쉽게 얘기해서 퇴근하고 나면 술자리에서 회사 욕도 좀 하고, 사장 욕도 좀 하고 해야 하는데 나는 누군가가 회사 욕, 사장 욕을 술자리에서 하면 이해시키고, 오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때는 그럴 수 밖에는 없던 포지션이었고, 막상 내가 내 불만을 경영진이 아닌 다른 동료들과 나누게 되었을 땐 앞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나는 이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진이 되고자 하는 의견을 잠시 피력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회사가 인수되고 합병되는 과정 속에 애매하게 시간이 흘러 결국 없던 일이 되었지만, 경영진이 되고자 했던 건 다른 욕심이 아니라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것을 고민하고 같은 일로 괴로워하고 하는 공감대가 필요했는데, 결국 그런 멤버 혹은 조직을 만들지는 못한 채 외로움에 떨다가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ㅎ


경영진은 자신의 고충을 직원들에게 100% 이해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고, 팀장 역시 자신의 고민을 팀원들에게 100% 공감을 사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는 없다. 결국 회사 생활을 오래하고자 한다면 자신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거나, 상황에 처한 동료가 적어도 한 두 사람은 꼭 필요하다. 물론 이런 업무적인 것 외에 나이나 취미가 같아 친한 동료가 있으면 더 좋고. 그래야 욕하는 힘으로라도 회사를 더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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