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과로만 평가받는다고 착각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낼 때마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들었던 피드백이 있었다.
경영자가 돼보면 전혀 달라요
사장을 안 해봐서 그래요
안 해 봐서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해봐서 안다는 사람이 금세 말아먹는 상황을 여럿 목격하게 되는 요즘엔, 안 해 봐서 잘 모를 테니 어설프게 비판하지 말라는 피드백에는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아, 여기서 하나 집고 넘어가자면, 나는 이전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경험해 본 (그것이 성공이던 실패던) 노하우는 엄청난 시간을 단축시키고 무엇보다 효율 측면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그 경험자의 선택이 지속적으로 나은 결과를 만들었을 때의 얘기다. 즉, 경험자의 선택을 중시해서 일을 진행했지만 그 선택이 지속적으로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그다음 또 다른 선택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단순히 경험자라서, 혹은 경영자라서 그의 선택을 믿고 따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이 얘기를 앞서 내가 들었던 피드백과 연결해서 말하자면, '당신은 사장을 안 해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라는 의견을 처음 한 두 번은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수긍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만약 그 선택의 결과가 계속 좋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다음에는 단순히 해봤다는 걸로는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봤는데 왜 그래요?'라고 묻고 싶은 경우가 더 많아질 뿐이고.
그런데 그나마도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작은 회사는 경영자 즉 사장의 경영 경험이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장을 안 해봐서 그래요'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하는 주체도 그 '사장'을 처음 해보는 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사장을 안 해봐서 모르겠는 점인데, 경영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교묘하게 그 자리의 영향력 뒤에 기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이럴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리의 기운을 이기지 못했달까. 이 사람만은 이겨 주길 바라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대부분은 원래 그렇지 않았던 사람도 그 자리에 가면 결국 비슷해지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의 경우 흔히들 착각하기를, 중간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경영 실패야 어찌 되었든 간에 최종 결과만 좋으면 경영자로서 성공했다고, 좋은 경영을 해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회사는 결국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과정에 아무리 치중하고 작은 성공들을 이뤄내 봐야 큰 성공에서 실패한다면 실패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들으면 최종 성공이 곧 경영의 성공이라고 믿기 쉽지만, 실제 회사 운영을 살펴보자면 그 중간의 경영 실패들이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그 과정의 선택과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결코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아마 내가 다녔던 회사들처럼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점점 성장한 회사들의 경우 그런 일들이 더 잦을 듯하다. 특히 내가 다녔던 회사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 여러 번 실패를 겪었던 경우였는데, 그 실패의 부담을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아야 했던 좋지 못한 케이스였다.
나는 '아쉬타카님 밖에는 할 사람이 없어요'라는 미끼를 매번 보기 좋게 물다 보니 회사의 신사업들을 여러 차례 맡아 드라이브하게 되는 일이 많았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다 끝이 좋지 않았다. 나도 그 일원 중에 하나였으니 핑계가 될 수 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대보자면 그 여러 번의 신사업 가운데 내가 처음부터 찬성한 일은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은 약 네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1. 꼭 해야만 하는 일 (누가 봐도 되는 일)
2. 가능성은 낮지만 참여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 해볼 만한 일
3. 모든 측면에서 마이너스지만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넓은 시점에서 보았을 때 관계를 위해 필요한 일
4. 모든 측면에서 마이너스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이익이나 기대 요인도 없어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할 일
1,2번 만을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회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자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3번과 4번을 선택하는 경우가 잦아질 때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다. 내 경우가 그랬다.
나는 3번을 회사가 선택하게 되었을 땐 그전에 최대한 이 일이 3번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임을 인지시키려고 노력했었다. 즉, '경영적으로 그렇게 결정한다면 3번이 최소 2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냉정하게 보았을 때 이건 3번의 성격이다. 그러니 다른 기대요인이 없다면 하지 않는 것이 맞겠다'라고. 그리고 가끔 회사가 4번을 선택했을 땐 정말 경영진이 나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반대하였으나, 결국 경영진을 이기지 못해 아무런 기대도 보람도 없는 심정으로 수행했던 일도 많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게 경영적 판단에 의해 선택된 3,4번 성격의 일들은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고, 그에 대한 책임 혹은 부담은 고스란히 내가 지게 되었다. 회사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 없이 그냥 지나가기를 원했고, 그렇게 또다시 새로운 3,4번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내게 묻지는 않았지만 나는 직접적 책임과는 별개로, 커다란 심리적 부담을 계속 질 수 밖에는 없었다. 이게 바로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던 실패하는 경험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경영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바로 경영이라고. 작은 실패들과 또 작은 성공들이 교차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경영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실패 (사실 작은 규모도 아니었지만)를 실패로 인정했을 때의 얘기다.
왜 문제가 되었고,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보고가 있어야 정상적인 실패의 종료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실패했다는 사실,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담으로 느껴 최대한 무마하고자 하는 판단 때문에 결국 더 큰 부담을 직원들이 갖게 되는, '진짜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과정 중의 판단 미스 혹은 수행 미스로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는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하지만 그러한 경영적 판단이 수 차례 연달아 반복된다면, 그럼에도 더 큰 그림에서의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이것을 과연 좋은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정의 실패.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한 경영의 무책임과 외면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속으로는 암세포를 키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기에 충분히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일을, 오히려 내성을 갖는 계기로 까지 만들 수 있었던 일을 스스로 키워 위태롭게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책임지는 경영, 아니 과정의 실패를 인정하는 경영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