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신감과 자존감 항아리

내가 가장 이기기 어려운 상대는, 내 안의 움츠러든 나

by Ashley


구 실장님 타임이 한바탕 끝난 한갓진 오전,

한 ATS(채용관리포털)의 알람이 울렸습니다.


채용공고를 내면 수많은, 필터링되지 않은 이력서가 몰리고

가끔은 수 백 장이 넘는 그것을 일일이 스크리닝 하여 합불을 나누고 모호한 이력서는 검토로 몰아넣고

그것을 다시 한번 스크리닝 하여 혹시나 모를 실수를 줄이고

면접 참석여부를 묻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 소모될 시간과 인력을 줄이고자

직접 이력서를 서칭 할 때가 있어요.


특히나 50인 미만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팀장급 채용의 경우

실무능력을 겸비한 스페셜리스트들이 필요하고,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직접 찾아보는 것이

그들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ATS마다 특징이 다른데, 특히나 경력직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분들을 서칭 할 때 주로 쓰던 ATS가 있어요. 그곳에 처음으로 내 이력서를 오픈했고, 거기서 온 알람이었습니다.



최근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한 스타트업에서 제 이력서를 보았고,

대면면접을 하고 싶으니 JD를 보내주며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오픈해 줄 수 없냐는 알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그 회사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고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에 찾아보니 평점이 높아도 너무 높았어요.

그러다, 그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던 분들의 후기를 읽었는데....."채용공고를 통해 지원했고, 면접을 보았으나 최종합격 연락을 받은 후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겼다"는 후기가 꽤 여러 개였습니다.

물론 반년도 더 넘은 후기들이었지만, 아이고 싶더라고요.

내 안에서 잔뜩 상처를 받고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내가 말했습니다.


'또 거지 같은 것만 걸렸네!'




잠시 휴대폰을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겪어보지도 않은 타인의 후기로 나는 이것을 포기할 것 인가,

내가 직접 보고 확인 할 것 인가,

후자라면 그리고 그 후기들이 사실이라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침 한 번 뱉고 터는 거지!



제안을 수락하고 연락처를 오픈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백팔번뇌.

하루가 꼬박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어요.

당연합니다. 인사담당자가 온종일 채용만 진행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나 작은 규모의 경우 인사총무, 어쩌면 경영지원 전 부문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것이고 대표나 경영진에 서류합격 여부를 보고해야 하니까요.

그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싹이 튼 조바심은 무럭무럭 자라나 '거 봐 저럴 줄 알았어' 열매를 맺었고

그렇게 주말이 까무룩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열한 시 즈음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간략한 회사 소개와 함께, 대면면접이 가능하냐는 연락이었어요. 시간은 회사에 맞추겠다 가능하다 답변을 드렸고, 대표님 일정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 했습니다. 아마도 면접자는 저 하나 거나, 많아야 한 두 분 더 있을 것 같아요. 연락 오는 타이밍과 주고받은 텍스트들에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일 습관 중에, 내가 이 글을 읽었고 체크했다는 걸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스레드에 체크표시 혹은 최고 표시를 하는 게 있는데 나도 모르게 텍스트에 체크표시와 최고표시를 했습니다. (차를 가져가도 되냐는 질문이었고, 꽤 젠틀하면서 기분 좋은 답변을 주셨어요) 그리곤 아차! 했는데, 그분 역시 저와 같은 표시를 남겨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백수 이후 두 번째 임원면접을 가게 되었습니다.



나의 미래는 내가 알 수 없어요,

인간이기 때문에 미래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저하게 되고 그래서 망설이는 거예요.

상처를 받고 지친 내 안의 웅크린 자아가 끊임없이 나에게 반문을 할 때마다

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래, 하지 말자. 혹은, 아냐 이번엔 다를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기회비용은 늘 크고 달콤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모르는 미래여서요.

저는 오늘도 그와 싸워서 이기는 선택을 했고,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더 큰 실망을 하게 될 수 도 있고, 역시 선택하길 잘했다 느낄 수 도 있죠.



무엇이 되었든

내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저는 또 열심히 플랜 B를 세우고 그 일을 잘 해낼 방법을 연구할 겁니다.


그리고 또다시 상처를 받게 되면

맛있는 망고 한 접시 뚝딱 해치우고, 칠링 해둔 시원한 와인 한 잔 마시고 시시껄렁한 유튜브를 보다가 좀 잘 겁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줘야 상위 욕구로의 발전이 가능하니까요!


그렇게 아주 기본적인 욕구를 충분히 채워가면서 구멍 난 자존감 항아리를 메꿔줄 거예요.

자존감 항아리는,

내 안에서 상처받고 배신당해 웅크린 자아가

'이 봐 이럴 줄 알았어!' 하면서 조금씩 깨부수고 있었고

가득 채워진 자존감이 그 틈으로 야금야금 빠져나가게 되면 결국 텅 비어 깨진 껍데기만 남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자아성취의 욕구도 채워질 겁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자존감 항아리가 구멍이 나 텅 비었다는 것과 같아요.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존감 항아리를 꼭, 꼭 채워주세요.

상처받고 지친 내 안의 웅크린 내가 야금야금 자존감 항아리를 깨부수고 있을 테니까요.



저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씩씩한 나로 돌아가 면접 볼 회사에 대해 공부 해 볼 계획입니다.










자존감이 바닥난 채

상처받은 자신을 돌보지 않아 잔뜩 가시만 돋친 채 자존심만 세우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들은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비판을 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럼 상처받은 자아들은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웅크려 자존감 항아리를 부술 거예요.


그래서 나를 돌보아주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나를 돌봐주세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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