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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May 13. 2020

보스턴 일상 | 보스턴에도 봄이 왔어요

이 화창한 날씨를 만끽할 수 없어 아쉬워...

5월~9월까지의 보스턴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랍니다. 기나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이 기간의 날씨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4월까지는 화창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우중충하고 비, 눈, 우박이 오는 날씨들이 많은 반면에 5월이 되니 정말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네요. 나무들도 색색이 꽃을 피우고 푸른색 옷으로 갈아입어서 창 밖만 쳐다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에요. 이런 멋진 봄날을 집에서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데, 매사추세츠주와 보스턴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줄지 않아 집콕하고 있으려니 괴롭습니다.


두 달 동안 3주에 한 번 정도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다녀오는 것이 외출의 전부였는데, 5월 초 배송된 휴대폰 개통 문제로 불행 중 다행으로 두 달 만에 처음 나들이를 했어요.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날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려니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핑계 삼아 나들이를 할 수 있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보스턴의 코로나 상황

오늘 기준 매사추세츠 주의 COVID-19 확진자수는 79,332명 (사망자 5,141명)이고, 보스턴이 있는 서폭크 (Suffolk) 카운티의 확진자수는 15,279명 (사망자 0명)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확진자수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죠.. 매사추세츠 주는 총 14개의 카운티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스턴은 서포크 (Suffolk) 카운티의 중심, 하버드 본원 (경영대와 의대는 보스턴에 위치)과 MIT가 위치한 캠브리지는 미들섹스 (Middlesex) 카운티에 속해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차이도 몰랐네요.두 도시는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꽤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특히 하버드 본원과 MIT는 보스턴 시내에서 T(지하철 겸 트램)를 타면 10-20분 내에 갈 수 있어요.

매사추세츠주의 카운티

캠브리지에서는 4월 말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300 벌금을 부과한 데에 이어 보스턴 또한 5월 6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 부과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답니다. 이런 지침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과 더불어 여름부터 정상생활을 하기위한 준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강제성을 부여해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시키는 것 같달까요? 확실히 집 앞 마트에 가보면 이제는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보기가 힘든 것을 보면 이제 미국 사람들도 마스크의 필요성을 느끼는 듯합니다.


두 달만의 나들이

5월 1일에 새 휴대폰을 받고 온라인으로 개통을 하려니 기존 통신사의 PIN#가 없어 계속 실패했어요. AT&T에 확인해보니 가입할 때 적용이 안된 것 같다고 가까운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서 새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코플리 (Copley) 역 근처에 있는 지점이 영업을 하고 있어 지난주에 정말 오랜만에 T를 타고 다녀왔어요. 보스턴의 T는 지하철과 트램의 중간 형태인데, 지하철 역의 경우는 지하로 내려가서 찰리 카드 (교통카드)를 터치하고 들어가는 개찰구가 있는 반면, 지상에 있는 역 (하단 사진)에는 별도의 개찰구가 없이 T에 탑승할 때 기사님이 있는 쪽 (앞쪽)에서 기계에 찰리 카드를 터치하는 방식입니다.

지상에 있는 보스턴 T 역 모습 (출처: pinterest railpictures.net)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 간 6피트의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해서인지 표 검사를 하지 않고 뒷 문으로 그냥 타라고 하네요. 우리가 앞 문으로 타려고 하자 기사님이 다급하게 "Go to the back door!"라고 외치십니다. 이러면 지상에서 타서 지상에서 내리면 공짜 ㅋㅋ


그리고 T 내부에도 앞에서 두세 번째 좌석까지 앉지 못하도록 안내문구를 붙여놨네요. 신기한 광경.. 보스턴은 전 도시가 셧다운 중이라 T이용객 자체도 거의 없었어요. 우리 포함 4~5명 정도뿐이더라구요. 아래 사진에 보이는 우측 상단의 파란색 기계가 교통카드 터치하는 것이에요.


코플리는 보스턴의 번화가 중 한 곳인데 역시 코로나 때문에 거리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맞은편에 1873년에 완공된 고딕 리바이벌 스타일의 올드 사우스 교회 (Old South Church)가 보여요. 이 교회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빅토리안 시대의 고딕 스타일을 멋지게 재현한 주요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1970년에 미국의 역사 기념물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이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건물이랍니다.

미국의 역사 기념물 중 하나인 보스턴의 고딕 리바이벌 스타일의 올드 사우스 교회

그 맞은편엔 1948년에 설립된 2,400만 권의 책 및 전자 리소스를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 공공 도서관 (Boston Public Library)이 있어요. 이 도서관은 연방 의회 도서관, 뉴욕 공립 도서관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공공 도서관이랍니다. 이 곳에서는 각종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요. 저도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 미국 오자마자 공공도서관 이용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직 사용을 못하고 있어 너무 아쉬워요. 이 건물은 2000년 보스턴 랜드마크 위원회에서 보스턴의 랜드마크로 지정된 곳이에요. 영업을 하지 않는 동안 건물 입구를 개보수하고 있네요.

보스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공공 도서관

역에서 한 5분 거리에 AT&T건물이 있어서 금세 일처리를 마치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컷!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의 조화가 아름다운 도시 보스턴이에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보스턴의 전경

왼쪽은 올드 사우스 교회, 오른쪽은 보스턴 공공 도서관, 그 뒤로 보이는 존 핸콕 타워 (John Hancock Tower, The Hancock). 존 핸콕 타워는 1976년에 완공된 보스턴과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 (62층)로, 바람이 많이 부는 보스턴에서는 유리창에 깨지거나 떨어질 위험이 있어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건축가 협회로부터 1977년에 National Honor Award를 수상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 중 하나입니다. 낮에는 보스턴의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밤에는 사무실의 불빛으로 보스턴의 하늘을 밝히니 낮에 봐도 밤에 봐도 보스턴의 명물임에는 틀림없네요. 건물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었지만, 911 테러 이후 60층 이상의 전망대를 모두 없애라는 규정이 생겨 지금은 없어졌다고 해요 ㅠㅠ. 푸르덴셜에 있는 전망대도 4월 이후로 문을 닫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방문도 못하고 보스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너무 아쉽습니다.


날씨도 즐길 겸 코플리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올까 했는데, 오랜만의 나들이라고 구두를 신고 나가서 어쩔 수 없이 다시 T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는 구두 신고도 몇 시간씩 잘만 걸어놓고는...)

대신에 집에 오는 길에 있는 Museum of Fine Arts (MFA)에 내려서 걸어왔어요. 이 곳은 보스턴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이에요. 날씨 좋아지면 가야지 하고는 역시 코로나로 인한 영업 중지 상태라 저도 아직 못 가봤다는 슬픈 이야기... MFA는 공공 갤러리 중 세계에서 17번째로 크고 45만 개가 넘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미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아트 뮤지엄인 뉴욕의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 보다 많은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고 해요. 이 곳도 다녀오면 더 상세한 후기를 남길게요. 저도 엄청 기대 중인 곳이에요.

 

보스턴의 자랑 Museum of Fine Arts 앞 간판/ 왜 한국어 인사말은 없는 건가요?!
MFA Boston 봄의 전경

정말 봄의 보스턴의 색감은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필터가 필요 없는 색감이에요. 이 곳이 평소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데 지금은 너무나 한산! 이런 광경을 언제 또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지 몰라 냉큼 찍었어요. 자세히 보면 핑크 나무 아래에 책을 읽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안 한 것 같은데.. 벌금 안 무섭나..? 매의 눈 -_-+)



이렇게 보스턴에서의 첫 봄 나들이를 끝냈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봄을 만끽하고 오니 기분 전환도 되고 좋네요. 휴대폰 개통을 빨리 못해서 아쉬웠지만, 덕분에 핑계 겸 봄을 느끼고 올 수 있어 다행이에요. 집에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번 나갔다 오니 종종 나갈 일을 만들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얼른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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