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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Jun 28. 2020

보스턴 일상 | 집콕 스트레스를 불꽃놀이로 푸는 사람들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개인들의 불꽃놀이, 미국의 스케일

상업시설의 리오픈이 개재되기 시작한 5월 마지막 주에 미네소타주에서 조지 플로이드 (George Floyd)의 사망사건으로 미국은 또 한 번 시끌벅적합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이슈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보스턴의 번화가이자 핫플레이스인 뉴버리 스트리트 (Newbury street)에서도 약탈과 폭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보스턴이지만 번화가와는 살짝 떨어진 학교 앞에 거주하는지라 모르고 넘어갈 뻔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보스턴에서도 잠시나마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바깥의 소리와 상황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어느 날부터 폭죽인지 총소리인지 알 수 없는 펑! 하는 소리가 집 밖에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뭐 축하할 일이 있나? 폭죽놀이를 하네?” 하는 소리에 짝꿍은 “총소리 같기도 하고..” 하네요.

“무슨 총소리가 저래?” 했더니 총소리를 멀리서 들으면 저런 소리가 난답니다.

반신반의했지만, 그 이후로는 '총소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펑”, “펑”소리가 날 때마다 창문으로 달려가서 바깥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집 앞에 있는 건물 창문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비치는 모습을 보며 보스턴 시에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행사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불꽃놀이는 오후부터 새벽 2시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되니 시에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궁금증은 지속되었습니다.


집 앞 발코니에서 촬영한 영상

대부분의 경우, 반짝 하는 찰나의 순간 이후 소리만 들리고 불꽃 자체는 보기 어렵더군요. 앞 건물에 비친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는데, 계속 타이밍을 놓쳤어요.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반짝임과 소리가 촬영된 영상 올립니다.


개인들의 불꽃놀이, 작년 대비 5월 신고율 2,300%, 6월 신고율 5,543% 증가

이 소리의 정체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집이나 공원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개인이 불꽃놀이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매해 졸업식, 독립기념일 전후로 자잘한 불꽃놀이들을 해온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오랫동안 갇혀 지낸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나 봐요. 이로 인해 보스턴에서 올해 5월에만 불꽃놀이로 인해 경찰 신고율이 작년 대비 2,30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보스턴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라고 하네요. 천조국민 스케일..


https://www.wcvb.com/article/there-s-something-more-here-walsh-says-about-fireworks-being-set-off-in-boston/32825711

작은 형태의 폭죽도 있지만, 첨부된 기사의 영상 (위)와 사진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대다수의 경우, 단순 폭죽놀이보다 스케일이 큽니다. 총소리 같기도 하고 대포소리 같기도 한 불꽃놀이 소리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라고 하네요. 한 가족은 집 앞에서 총에 맞아 숨진 13살짜리 아들에 대한 기억이 계속 떠올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6월에 비해 불법 불꽃놀이에 대한 신고율이 5,543%나 증가했다고 해요. 아래 기사는 말 그대로 '통제 불가능'한 불꽃놀이에 보스턴 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zoom을 통해 시의원들이 시민들과 1시간 반 정도 대화를 나누고 고통을 공유합니다.


https://www.boston.com/news/local-news/2020/06/26/boston-fireworks


도시의 여러 표지판과 뉴스를 통해 ‘불법 불꽃놀이를 하면 감옥행'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오늘도 이 글을 작성하는 중에도 10번 가까이 소리가 들리니 말입니다.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개인적으로 불꽃놀이를 하다가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영상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8살 때 본 것이지만, 그 충격이 남아 있어 개인적으로 하는 불꽃놀이는 생각도 못했는데, 미국 사람들...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참 많이 다르네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미국, 각자가 생각하는 상식의 수준의 차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한국과는 다르게 코로나가 아직도 심각하게 진행 중인 미국은 3월부터 5월 말까지 공공기관과 대다수의 상업시설 (특히 음식점)이 영업 중지 상태에 있었습니다. 5월 말을 기점으로 상업시설이 다시 영업하는 곳도 있지만, 공공기관과 일부 상업시설은 여전히 운영하지 않고 있어요. 직장과 학교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인종차별 문제와 시민과 시위대의 시위가 진행되면서 외출이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게다가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로 매해 주마다 멋진 불꽃놀이 축제가 개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도 즐길 수 없다고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오랫동안 집에 갇혀 지낸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폭발한 듯 보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죠?


20여 년 전에 미국에 살 때는 모든 것이 선진화되어 있고 상식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된 이후 경험하는 현재의 미국은 많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우리나라가 그만큼 빠르게 많이 성장하기도 한 덕분이겠죠.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에 유교 문화권이었던 영향과 더불어 가정과 학교에서 비슷한 수준의 기본적인 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다수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입니다. 간혹 비상식적인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준법정신은 높은 편이죠. 반면에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시작된 유럽, 인도, 중국, 일본 등지로부터의 다민족의 유입과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모여 살며 다양성을 존중하다 보니 각자가 생각하는 상식에 차이가 많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서로 간의 상식의 차이를 줄이기가 어렵다 보니 오히려 나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서로 터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된 듯합니다. 또 서로가 이해하는 상식의 범위가 다르다 보니 더 강력한 공권력과 법적 규제가 필요한 것 같고요.  우리나라도 이제 다민족 국가로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데, 서로 간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면서 비슷한 수준의 상식을 공유할 수 있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동양인 혐오 범죄가 곳곳에서 일어났었고, 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스트레스 해소용 불꽃놀이. 이 불꽃놀이가 지겨워지면 이들은 어떤 새로운 놀이를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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