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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Jul 06. 2020

보스턴 일상 | 미국의 생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안 좋은 기억 좋은 기억으로 덮어쓰기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11월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버금가는 쇼핑 할인 행사와 더불어, 각 주마다 동네마다 개최되는 성대한 불꽃놀이와 각종 공연들로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미국의 생일을 축하한다. 



고등학생 때 일리노이 주, 시카고 북쪽 교외에 살 때는 가족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라비니아 파크 (Ravinia Park)에서 개최된 공연 관람 후 잔디밭에 누워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한데, 그때의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찰스 강변에서 하는 보스턴의 불꽃놀이를 기대하고 있었다. 찰스 강변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집을 구했기에, 올해 초부터 '우리 집에서 불꽃놀이가 보일까?'를 생각하며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불가피하게 취소되었다는 소식에 어찌나 아쉽던지.. 


2019년 찰스 강에서의 보스턴 불꽃놀이 (The 2019 Boston Pops Fireworks Spectcular) @www.boston.com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The Boston Pops Fireworks Spectacular @www.thebostoncalendar.com


보스턴은 5월 말부터 코로나로 인해 따분해진 이들이 뉴햄프셔 지역에서 불꽃놀이 장비를 구입하여 불법 불꽃놀이를 하는 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집이나 공원에서 터트리는 불꽃 소리에 밤잠을 설치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로 인한 경찰 신고율이 작년 대비 5,500%나 증가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이다. (미국 전역에서 난리라고 이 문제로)


한 달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또 나름 슬슬 거슬리는 불법 불꽃놀이...

불꽃이라도 보이면 구경이라도 할 텐데.. 소리만 뻥뻥 들리니... 총소리 같기도 하고 대포소리 같기도 해서 썩 유쾌하진 않은 경험의 연속이었다. 


어제는 독립기념일인 만큼 평소보다 훨씬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쏘아대는 불꽃들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와 오늘은 진짜 난리 났네" 하는 순간 '번쩍',  '번쩍' 평소랑은 다른 불꽃의 느낌! 

발코니에 다가가니 크기는 작지만 화려한 불꽃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발코니 문을 여니 하도 여기저기서 쏘아대서인지 화약냄새와 공기 중의 습기가 뒤엉켜 한증막에 들어서는 듯한 텁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개인적으로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덕에 예상치 않게 함께 감상하며 독립기념일 기분을 낼 수 있었고, 거슬렸던 불법 불꽃놀이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비록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 나름 크고 예쁜 불꽃은 대부분 놓쳤지만, 그 날의 추억을 담기 위해 촬영한 영상 편집본


안 좋은 기억은 그것을 덮어버릴 수 있을만한 좋은 기억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던가! 트라우마 치료를 할 때도 같은 상황에 계속 노출을 시켜 익숙해지게 하거나, 같은 상황에서 좋은 자극을 병행하여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치환할 수 있도록 하듯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거슬리던 2020년 5월~6월의 철없는 사람들의 불법 불꽃놀이에 대한 기억이 어제의 뜻하지 않은 소소한 불꽃쇼로 인해 이제 서서히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 같다. 



내년에는 The Boston Pops Fireworks Spectacular이라는 이름처럼 환상적인 불꽃쇼를 마스크 없이 찰스 강변에서 즐길 수 있길 바라며...

the Boston Pops Fireworks Spectacular @The real world from Trafalgar

https://www.trafalgar.com/real-word/best-places-watch-independence-day-fireworks-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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