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by 징계
me_0228_1.jpg 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자전거를 타고 복싱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아빠 최재훈입니다.


많은 걸 하시는데, 다 직업적으로 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직업은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입니다.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고요. 자전거, 복싱, 글은 취미 죠. 그런데 같은 선 상에 놓아야 뭔가 있어 보일 것 같았어요.


그러면 먼저 직업적인 부분부터 물어볼게요.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손에 들고 만지작만지작 하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누나가 캐논 필름 카메라를 사줬는데 마침 전공 수업에 필요했던 거였어요. 수업도 수업이었지만, 카메라를 만지작만지작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놓지 못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장비병의 일종이죠.


순수 미술로 사진을 전공하고 상업 사진을 시작하셨는데,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은 꽤나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차이가 있죠?

-가장 크게는 내 생각을 찍냐, 남의 생각을 찍냐 인 것 같아요. 순수 미술로써 사진은 작가의 본인의 사상과 철학을 시각화하는 작업이에요. 하지만 상업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수용되고 집결된 이미지라고 볼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기획자, 포토그래퍼 등등 프로젝트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시각화하죠. 또 다른 차이점은 순수 사진은 사진 자체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촬영을 한다고 봐요. 여기서 말하는 판다는 의미는 꼭 돈 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시선, 생각, 느낌, 그리고 마음도 사진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상업 사진은 사진 안의 피사체를 팔기 위한 목적의 촬영이에요. 여기선 돈이 주체가 되죠.


작업했던 사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던 두 파트에 각각 하나씩 있어요. 예술 사진에서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공모전에 입상한 사진이 있는데 사람들 내면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상금은 1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기쁨은 100억 원 이상을 가져다주었어요. 상업 사진에서는 ‘까르뜨니뜨’라는 중년 여성복 촬영이었어요. 처음으로 제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촬영이었죠. 시안이 없었어요. 이런 촬영을 어려워하는 포토그래퍼들도 많은데 저는 좋아해요. 그리고 그 사진이 크게 프린트 돼서 마리오 아웃렛 백화점 외벽에 걸렸어요. 자랑하기 좋았죠.


글은 왜 쓰게 되신 건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답답했어요. 누군가에게 가슴속에 있는 답답함을 막 쏟아내고 싶었는데, 그 누군가가 누군지 모르겠는 거예요. 누나는 미국에 있었고, 엄마도 당시에 누나 육아를 도와준다고 미국에 가 계시는 바람에 장례식에 못 오셨어요. 그 속상함에 빠져있는 엄마에게 궁상을 떨 수는 없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진지해 지다가 결국 삼천포로 빠져요. 그래서 그냥 불특정 다수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시로 써서 SNS에도 올리고, 글로도 썼던 거죠. 그렇게 처음 쓴 글이 ‘나의 아빠, 나도 아빠’ 에요. 그러다 일기 쓰듯이 가족에 대한 글, 제 생활에 대한 글, 재미있었던 일, 고생했던 일 등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라는 책을 접하면서 용기를 냈죠. 작가 김우태 님은 글쓰기가 쉽다고 하셨는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작가님에게 속아 넘어간 걸 수도 있어요.


일과 글작업, 글 내의 사진 작업을 병행하시는 건가요?

-일, 육아, 취미 생활, 글쓰기 다 병행하죠. 안 그래도 게으른 편인데, 이것저것 모두 다 챙겨가며 하다 보니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사진, 자전거, 복싱, 글쓰기, 육아 중 어떤 걸 할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복싱을 하면 좋아요. 단순히 땀을 흘리는 개념의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합법적으로 때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로드 자전거 만 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내 힘으로 만들어내는 바람을 맞으며 잡생각을 버리고 나만의 시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또 제게 육아는 가장 친한 친구와 노는 시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힘들지 않아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육아는 노동이나 일이 아니라 가족과의 삶이자 생활이죠. 물론 육아랑 집안일은 다른 개념이에요. 가사(家事)는 확실히 일사(事) 자가 들어가죠.

노는 것도 좋지만 건설적인 일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글을 써요. 글을 쓸 때면 인생이란 길을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부자재를 차곡차곡 모아놓는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사진은… 제게 애증의 관계죠. 사랑해서 시작했고,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자부심이 에요.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하지만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괴롭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앞에 말한 취미들이 부정적인 부분을 보완해 주고 있어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1차원적으로 말하면 체력 관리 에요. 저 정도 나이가 되면 건강 보조제와 꾸준한 몸관리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죠. 몸이 아프면 부정적인 기분이 태도를 장악해요. 결코 활력적인 에너지가 나올 수 없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원천은 술이에요. 일반적인 성인의 정신은 거의 항상 긴장 상태예요. 술은 정신을 나태하고 방탕하게 만들어 줘요. 휴식과는 달라요. 일탈인 거죠.


요즘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역시 책과 카메라.


글을 쓸 때나 사진을 찍을 때 어디서 주로 영감을 받나요?

-일상에서 찾으려 노력해요. 인상 깊게 본 인터뷰 중에 하나가 봉준호 감독님의 인터뷰인데 동물의 왕국에서 펠리컨이 물고기를 나르는 것을 보고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고 해요. 저도 감독님처럼 일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려고 하죠.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을 스틸 라이프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물들도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 사물들은 표정과 동작이 없어서 인물들이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감정을 표현하기가 매우 힘들죠. 그래서 글과 함께라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실험이었던 거죠.


작가님의 10년 뒤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자유롭고 싶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복싱을 하겠죠. 사진과 글로는 생계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아들은 더 이상 저랑 놀아주지 않겠네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 시나요?

-생각하면 흐뭇해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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