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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뜨면

by 양해연

육아를 하며 보이는 찰나와, 찰나가 아닌 긴 시간의 기쁨과 신비, 혹은 가벼운 일상조차 귀히 여겨 기록하려고, 혹은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어쩐지 지금은 글을 쓰고 싶어서, 육아에 할애되는 시간이 아깝고 심지어 아이가 나의 글쓰기를, 나를 방해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미 일상의 기쁨을 느끼고, 오래 보고, 적는 것이 멀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책을 더 읽고, 좋은 사람의 좋은 문장을 따라 써보고, 한자라도 더 기록하기 위해 1분 일 초라도 더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일찍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아이를 빨리 재워도 오후 10시, 절대로 이렇게 잘 수는 없어 게임도 조금 해본다. 어쩐지 12시까지는 고요히, 드디어 책장도 넘기고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의자에 앉아 있기도 버거울 정도로 몸도 눈꺼풀도 무겁다. 그래도 어찌저찌 일어나서 재빨리 돈 버는 일을 끝내고, 11시쯤이나 돼서 잠시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을 둘러본다.


책을 읽고 싶은데, 휴대폰 들 힘은 있지만 책을 읽을 힘은 없다. 휴대폰을 쳐다보고, 게임을 하는 게 아무 생각 없이 일종의 멍 때리는 일이라면, 책을 읽는 데 까지는 은근한 이성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따로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약 한 시간을 멍 때리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1시간이 마치 10분처럼 지난다.


이렇게 버티고 자다간 다음 날 지장이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쯤 몸과 정신을 일으켜 마지막 전력을 다해 몸을 요에 눕히고 살기 위해 눈을 감는다.



눈을 뜨면 해가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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