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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Jun 04. 2022

2022년 여름의 문턱에서

 2022년도 어느새 6월이다. 체감상 4월쯤 되는 것 같은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나의 시간은 한 달이 일주일처럼 가고 있다. 망할 코로나 시국이 만 2년을 훌쩍 넘기고 그만큼 나도 나이가 먹었으니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 것도 같다.  


 남들이 예민하다고 여길 만큼 유난이란 유난을 떨면서 버텼지만 결국 아이와 나는 코로나의 덫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는데 받아들인 후  반나절 정도를 지내고 나니 희한하게도 지난 2년간 매일을 옥죄었던 마음이 탁 풀어졌다. 억울함과 해방감이 공존하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간 2년은 매일 같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코로나 걸리면 안 돼, '라는 생각, 손 씻기, 씻기 씻기 청소, 소독이 이어졌다. 조금만 감기 비슷한 증상이 있어도 '코로난가?'의심하며 몇 번이고 비싼 검사 면봉으로 콧구멍을 쑤셔댔다. 그렇게 음성인 채로 최소한의 안심과 함께 버려진 코로나 검사기가 오버 조금 보태서 한 박스는 될 거다. 격리랑 치료가 끝나고 나서 이런 마음, 행위들이 싹 사라졌다. 민폐스런 마음에 여전히 최대한 위생적인 생활과 집안 소독이 일상이지만, 코로나 걸리기 이전의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 


 그 끝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 시국도 다행히 막을 내려가는 것 같다. 좋으면서도 여전히 씁쓸함과 안쓰러움 등의 잔해가 있지만 자연스럽게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여기에, 위기가 기회니 같은 말은 갖다 붙이고 싶지 않지만, 지난날 코로나로 인해서 처음으로 온라인 모임으로 취미 글쓰기도 시작할 수 있었고,  독서모임으로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자발적으로 글을 써본 다는 건 그게 처음이었는데 꽤 좋은 시간이고 과정이며 기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는 글도, 책도 손에서 머리에서 놓아버렸다. 의욕 자체가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행히 지금 나는 다시 펜을 잡거나, 타자를 두드린다. 글을 쓰고 있으니, 책도 읽어야겠고,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하면서도 잊고 있었던 생각들이 이어진다. 그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진 않기도 하고, 거기서 지식과 독서에 대한 갈증이 이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목마름이라 여겨진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상을 기록하는 글이나, 외면하고 싶지만 마주해서 해결해야 할 마음에 대해서 써볼 계획이다. 의욕이 없었을 때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느끼거나 식히기에 바빴는데, 의욕이 생기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사소한 것도, 중한 것도, 남겨보고 싶어 진다. 그중에서도 아이와의 대화라던지, 친구와의 스스럼없는 수다 같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많이 느끼고, 더 주의 깊게 음미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는 글쓰기든 운동이든 뭐든 간에 시작을 하면 항상 '잘' 하고 싶었다. 시작과 동시에 재미를 느끼지만 부족함도 동시에 느껴서 욕심이 나는 굴레였다. 그런데 지금은 온 마음을 쏟아붓는 열정이 아니어도, 1시간이 아니라 10분짜리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적이다.  

 기분파에 가깝고, 가늘고 길게 보다는 굵고 짧음을 일삼는 내가 요즘에는, 밥벌이든, 취미든 압박감이든 즐거움에서든 늘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가 부쩍 궁금해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힘겨운 시기를 보냈고, 그전에 누렸던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다행히 회복되는 일상에서 여전히 겸허한 마음을 아주 놓지는 않되, 모두가 이왕이면 많은 날을 건강하고 평화로움 안에서 지낼 수 있길 소망한다. 이 소망의 길에 쓰는 글이 함께하길.  

시작인 오늘, 부쩍 끈적하게 더워진 6월 여름 문턱, 이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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