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름다운 사라실예술촌에서 아름다운 작가님들을 만났습니다. 두 번이긴 했으나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의 온도가 좀 달랐다는 것은 저만 느낀 점은 아닐 듯합니다. 처음 뵐 때 융합에 대한 의미들과 국내·외 융합 프로젝트 사례들을 말씀드릴 때 먼 나라 이야기 같다는 의견도 주셨었지요. 다음번 만남에서는 한결 편안해 보이셨고 전시의 방향과 예술가로서 사는 삶의 어려운 점들에 관한 속내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레지던시 창작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개인 작업실이나 공방이 있다면 본인 작업에 집중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힘들게 와서 의무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만 할까요? 그 이유를 아래 양자역학이나 문화메세나의 예시처럼 우리가 거꾸로 반대 방향에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양자역학에서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입자로도 파장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하지요. 죽음만 보더라도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영원한 안식에 들거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믿는 문화가 있듯이 말입니다.
문화마케팅은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지원’이 아니라 문화투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기업의 정당성 확보와 시장 우위, 종업원 혜택 제공 등을 위해서 ‘문화자본’으로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김소영, 21세기형 메세나 ‘문화마케팅’, 2006). 문화예술은 단지 여유가 있어야 하는 행사나 지원대상이 아니며 기업의 인지도나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ESG 경영의 핵심인 전체 파이를 키우고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얻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의 목적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단으로도 문화예술이 핵심요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위와 같은 관점의 대전환 사례를 들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ACC나 사라실예술촌 등에서 입주 작가님들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반짝이는 눈들과 색다른 작품의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 작품에 영감을 얻든지 마음이 맞는 작가들끼리 공동 작업을 하면서 차원이 다른 작업의 결과물들이 나오거나 주민들과의 접점 속에서 커뮤니티 아트를 디자인하는 확장성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귀하지만 사회의 현실을 투영하는 등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를 본바탕으로 두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지자체, 기업, 국민 모두 문화마케팅, 메세나를 통해 미래의 투자 가치재로서 예술의 안정적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문화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지원 대상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 사는 유료 관객들이 많아지는 문화와 선순환 구조의 생성도 중요하겠지요. 코로나19와 경제난 등으로 아직 요원한 길이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2025년 이후 한국이 초고령 사회가 되고 앞으로 인구가 많이 줄게 되면 아마도 역설적으로 그 길이 더 빨리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라실예술촌에서 만나 뵌 작가님들과 스탭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수행자처럼 그 길을 묵묵히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우리에게 계속 진한 감동을 주시며 여태 그 힘든 길을 헤쳐 나오셨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