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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봅 Jul 17. 2020

요가, 유연하면 쉬울 거라고? 과연 그럴까...


     

 제대로 요가를 접하기 전, 나는 요가를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가 동작들은 대체로 다리를 쫙 찢거나 몸을 이리저리 꼬는 등 유연함을 강조하는 것이 많았고, 심지어 그 사진 속 인물들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체동물 같은 동작을 하며 미소라니, 유연하니까 가능하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제대로 접한 요가는 나의 상상 속 ‘예쁜’ 운동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운동을 보며 ‘예쁜’ 것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운동은 운동이다. 몸을 단련하는 것이며, 심지어 요가는 그 행위를 가리켜 ‘수련’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 운동이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요가를 ‘스트레칭’으로 알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꽤 유연한 편이다. 그래서 제대로 요가를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무의식 중에 나는 요가를 하면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직접 마주한 요가는 유연함이 전부인 운동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유연함보다는 근력이 더 필요한 운동이었다. 그저 다른 운동들보다 조금 더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이 있었을 뿐이다.      


 다리를 찢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리를 찢은 채 버티는 것이 문제였고. 다리를 찢지 않고서도 제대로 된 자세를 잡는 것이 문제였다. 가만히 척추를 곧추세우고 바르게 앉는 것조차 어려운데 그 이상의 동작들이 쉽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일으켜 세운 척추는 허물어지고 등이 굽어지기를 일쑤, 그 자세로 어깨를 내리는 것조차 의식적으로 통제해야만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나와 함께 요가를 수련하는 회원들 또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맨 앞줄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군가는 나처럼 등을 편 자세를 힘들어했고, 누군가는 다리를 반듯하게 펴지 못했고, 또 누군가는 근력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요가를 하며 타인과 비교를 통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표현을 하는 게 요가답지 않음을 알지만, 당시에 나는 (사실은 지금도) 나와 같은, 혹은 나보다 동작이 부자유스러운 사람을 보며 안심했다.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을 힐끔 거릴 틈 조차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요가라는 운동이 ‘빡세기’ 때문이다.     


 내가 예상했던 ‘예쁜^^’ 스트레칭은 첫 몇 분이면 곧 종료되고 금세 내가 수행해야 할 동작들은 난이도를 높여간다.      


 콕 집어 어떤 동작이 힘들더라, 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대체로 모든 동작이 힘들었고, 근육의 힘을 요구했다. 요가의 기본적인 동작 중 하나인 전사자세만 하더라도 하체의 동작을 유지하는 힘, 상체를 세우는 코어의 힘, 유연한 어깨 근육과 뻗은 팔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힘이 고루 요구된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전신의 모든 근육을 써야만 어떤 자세든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작을 취한 뒤 첫 몇 초 동안은 괜찮지만 요가는 매우 정적이고 느릿한 호흡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곧 팔과 다리는 부들부들 떨려 오고 몸에서는 열이 난다. 슬쩍 뻗은 팔을 떨어뜨리거나, 직각으로 유지해야 하는 다리를 찔끔 세워 올려 보는 등 꼼수를 써 보아도 별 수가 없다. 선생님의 카운트는 느리기만 하다.      


 1초가 원래 이렇게 길던가? 하는 생각을 할 즈음이면 겨우 카운트가 끝나는데, 어차피 곧 다음 동작을 만들고 버텨야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씨름하다 보면 땀은 범벅이 되고, 미소는커녕 입을 벌리고 헥헥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시작하기 전엔 멋 부린다며 묶지 않은 머리는 얼굴이며 목에 들러붙고 그에 따른 후회는 막심하다. 운동을 하며 멋을 부린다니, 당치도 않단 걸 몰랐다. 아, 예쁜 운동이란 없구나. 단지 예쁜 운동 화보만 있을 뿐이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 내가 상상했던 요가는 실제의 극히 일부분일 뿐임을 바로 느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는 게 아닌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통해 들은 말이거나, 어떤 이미지를 보고 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보면 바로 알게 된다. 내가 아는 게 진짜 아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안다고 착각한 것일 뿐인지. 나는 내가 유연하기에 요가를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요가는 그렇게 만만한 운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꼭 나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도 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유연하다는 이유로 요가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처럼,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요가를 못 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것 또한 착각이다. 유연하지 못하면 유연하지 못한 대로 요가를 배워 나갈 수 있다.      


 그러니 요가를 해 보고 싶은데 단지 ‘유연함‘이라는 옵션이 없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직접 요가를 경험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유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수련을 통해 점차 유연한 몸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이미 유연한 사람이, 이미 근력이 높은 사람이, 완성된 몸을 가진 사람이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운동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삶에 있어 얼마나 좋은 습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그러니 유연하다고 기고만장할 것도, 유연하지 못하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진 능력껏 몸을 늘여 보고, 버텨보고, 호흡해 보자. 그러면 어느샌가 녹초가 되어 있는 몸을 늘어뜨린 채 오늘도 즐거웠어! 하며 요가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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