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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크 Feb 08. 2021

뜻밖의 디저트

어느 주말 저녁,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 줄 테니 메뉴를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평소에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서 아들과 나는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왠지 그날 저녁은 무조건 아들이 정하는 대로 먹게 해주고 싶었다. 저녁 메뉴를 잠시 동안 고민하고 돌아온 아들이 천연덕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아빠,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대신에 맛있는 디저트만 생각이 나요. 블루베리 롤케이크와 요거트 스무디를 사주세요! 달달한 디저트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내심 나는 아들이 원하는 음식의 종류가 내가 먹고 싶은 것 중에 하나와 겹치기를 바라면서 아들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런 기대가 어이없게 빗나갔다. 밥 대신 디저트라니? 아직 나는 밥과 함께 디저트를 따로 주문하는 것이 어색하다. 



(c) 2021 JiHyun Yoo All rights reserved



어느새 우리는 밥 대신에 디저트를 삼시세끼 먹는다. 밥은 대충 먹고 때워도 디저트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사 먹는 돈이 아까워 오븐을 구입해서 직접 홈베이킹을 시작한 사람들도 꽤 많다. 술은 끊어도 디저트는 끊을 수 없는 디저트 중독자들이 넘쳐 난다. 식사 뒤에 먹는 과자나 과일, 아이스크림 따위의 간단한 음식을 ‘후식’ 또는 ‘디저트’라고 한다. 말 그대로 차 또는 커피와 함께 간단히 즐기는 것을 말한다. 디저트는 프랑스어 디저비흐(Desservir)에서 유래된 용어로 '치운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디저트를 제공하기 전에 테이블 위에 그릇과 수저, 나이프를 깨끗이 치운 다음에 대접했다고 한다. 보통 애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고 디저트로 입맛을 정리하는데 디저트가 현재와 같이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질 때 우리는 당이 댕긴다고 한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면 뇌에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공급되고 쾌감을 느끼게 한다. 과자나 초콜릿을 먹을 때 먹은 양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손이 가는데 이러한 증상을 설탕 중독이라고 한다. 증가하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극단적인 고칼로리 디저트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칼로리 폭탄, 디저트 끝판왕 같은 말이 생겨나고 더 자극적인 디저트가 인기를 얻게 되었다. 건강한 디저트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 입맛에 딱 맛있는 디저트는 모두 칼로리가 높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맹렬한 기세로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섭취가 아닌 생각할 틈도 없이 속독으로 책을 읽듯 마구잡이로 먹고 본다.




어느 금요일 저녁, 날이 추워 집 현관문 밖의 계단 문을 닫으러 나갔다가 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집으로 온 것인가 살펴보다 우리 아파트 다른 동, 같은 호수가 찍혀 있는 주소를 발견했다. 전화번호가 중간 부분에 별표로 표기되어 있어 따로 연락할 수도 없었다. 택배회사 고객센터도 업무가 종료된 시간이고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연락이 안 될 것 같아 직접 가져다줘야 되는 건가 잠시 고심했다. 해당 동호수를 기억한 후 집 안으로 들어와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받지를 않았다. 택배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무시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얼마 전 내 택배도 이와 같이 잃어버린 경우가 있어 마음이 계속 쓰였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가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택배회사가 처리해야 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벌써 인터폰으로 가 있었다. 다시 한번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해당 세대의 여자 주인이 인터폰을 받았다. 그녀는 웬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순간 조심스러워했다. 



"안녕하세요, 3동 201호 시죠? 여기는 1동 201호인데요! '계란찜기' 택배가 잘못 온 것 같아요. 현재 저희 집 문 앞에 택배가 있으니까 찾으러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설명을 듣던 중 택배 주인이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동시에 반색했다. 잠시 뒤에 택배를 찾으러 그녀가 왔다. 낯선 것도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비대면으로 인사를 하는데 그녀가 감사하다고 무엇인가를 집 앞에 두고 갔다. 얼떨결에 감사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보니 내 손에는 뜻밖의 디저트가 담겨 있었다. 공짜로 먹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맛난 쿠키 과자였다. 직접 가져다주지도 못했는데 손이 부끄러웠다. 마침 커피와 함께 먹을 디저트가 필요했는데 마음이 흡족해졌다.



언제나처럼 머뭇거리고 망설였다면 도돌이표처럼 모르는 척 지나쳤을 것이다. 마음이 넉넉해서 친절을 베푼 것이 아니라 단지 타이밍이 맞았는데 그게 친절이 되어버렸고 더 큰 친절이 되어 내게로 다시 돌아왔다. 살면서 친절을 베풀 수 있었던 무수한 기회 속에서 나는 대부분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었다. 남들 눈치를 보면서 순간순간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돌이켜보면 피했다고 나에게 완전한 이익을 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주저하면서 허비했던 시간과 에너지가 지나 보니 더 아깝게 느껴졌다.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들을 위한 행동이 아닌 나를 위한 선물이며 무너져 버린 나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워 주는 아주 멋진 일이다. 나의 하루의 가치가 오늘도 이렇게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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