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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erJ Mar 30. 2024

남편이 후천적 다정함을 연습합니다

선천적 다정보다 어려운 후천적 다정 연습


한 때는 '하... 난 다정하고 이쁘게 말하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대체 왜 이런 남자랑 결혼했지?' 후회가 아주 그냥 막심한 때도 있었다. 본인이 태어난 고향과는 컬쳐핏이 안 맞는다며(?) 대학 오면서 서울로 상경한 뒤로 그 어렵다는 '경상도 사투리 고치기'에 성공한 남편이지만, 이미 20년간 물들어 버린 것도 있고.. 아버님도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분이시고... 이래저래 다정유전자 없는 남편은 지금도 항상 다정하진 않다. 팩폭도 자주 날리고 뇌 필터 안 거치고 말하기도 하고 요청하지 않은 일방적 컨설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지금은 그러려니하고 넘길만 하지만 내 상태가 안 좋은 시기에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멍드는 것처럼 아프고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다. 


다만 그는 노력하고 있다. 다정유전자는 없어도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아는 사람이라 후천적 다정을 연습하는게 느껴진다. 신생아인 둥이만 보면서 자존감 바닥칠 때, 남편한테 부탁한 적이 있다. 


이 집엔 아기들만 있는게 아니야. 하다 못해 자기가 설거지 하는 내 뒤를 지나가면서 엉덩이만 툭 쳐줘도 기분 좋더라.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자기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뒤로 남편은 정말 내 엉덩이 불나게 치고 다녔다. 심지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치고 다닌다(이 쯤되면 그냥 본인이 좋아서 그러는거 아닌가)ㅋㅋㅋ 그 외에도 느닷 없이 고맙다고 한다든지, 유독 신경쓴 듯한 이쁜 말을 한다든지.. 올해 초에는 새해 목표에 대해 얘기하다가 사랑의 5가지 언어 중 '인정하는 말'이 1순위인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한 목표로 '와이프에게 인정하는 말 많이 하기'도 세웠다고 했다(그 목표 1년 내내 잘 지켜주기 바라^^). 보기엔 간단한 것 같아도 그게 의식하고 마음을 담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참 고맙다. 선천적 다정도 어렵지만 후천적 다정은 더 어렵다는 걸, 남편 못지 않게 선천적으로 무뚝뚝한 장녀인 내가 잘 아니까. 다정 연습 중인 남편을 위해 나도 응원차 힘껏 칭찬해주고 고마워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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