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준비와 제 2의 진로고민을 두고 심란한 요즘이다. 아이들을 내가 계속 키우며 일을 하는 쪽,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는 쪽 어느 한 쪽도 편하게 느껴지지가 않아 마치 덫에 빠진 느낌이다. 동시에 내가 무슨 일로 돈을 벌 것인가 하는 문제로 머리가 하루종일 복잡하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면 할수록 내가 많이 위축되어 있다는 걸 발견할 뿐이다. 어떤 걸 떠올려도 잘 해낼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포함한 주위의 모두는 내가 잘해낼 거라고 얘기해준다. 나보다 나를 믿어준다는 건 참 고맙다. 동시에 무섭기도 하다. 내가 보는 나는 기대받는만큼 대단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치 내가 나를 살쪘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가 말랐다고 해도 쉽게 믿기 어려운 것처럼. 이렇게 작아진 상태로 고민을 하려니 해결책보다는 막막해지기가 쉽다.
어제는 앞으로의 육아까지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자라는 그 단계마다 필요한 엄마의 역할이 있을텐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갑자기 미래의 모든 것이 무섭고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몸이 반응하는게 느껴졌다. 속이 토할 것처럼 울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반응하다니. 몰라,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싶어도 스토커처럼 어딘가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나를 자꾸만 가라앉게 만들었다. 기분이 이러니 저녁이라도 맛있는 걸 먹어서 나아지고 싶었다. 남편은 나보고 메뉴를 고르라 했지만 사실 그 어떤 걸 먹어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하게 얘기하니 남편이 나섰다.
"오랜만에 오일파스타 해줄까요?"
"좋아요."
남편은 일어나 파스타를 할 준비를 하고, 나는 아이들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남편이 오일파스타를 해주겠다고 한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면 요리를 해주겠다는 남편이 있고, 꽤 사랑스러운 아이 둘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지? 방금 전까지 현재와 미래 모두가 걱정뿐이었던 내가 순식간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생각의 변덕에 좀 황당할 정도였다. 내가 처한 상황도, 나라는 사람 자체도 다 덫처럼 느껴졌는데 갑자기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처럼 생각하다니. 변덕스러운 건 사실 다행이다. 하마터면 이렇게 무거운 생각으로 하루가 다 우울하게 갈 뻔했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하지만 그 중에서도 파스타 전문인 남편의 파스타는 역시 맛있었다. 냉동실에 있는 걸 모두 털어 조개에 새우, 문어까지 듬뿍 들어 있는 파스타를 한가득 입에 넣고 열심히 먹었다. 내 안에 가득한 걱정들을 먹어치우듯이.
멘탈 관리에 대한 전자책으로 유명한 한 유투버가 말하길 생각은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주고 달래야 하는 대상' 이라고 했다. 마음챙김의 원리와도 같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과 걱정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라 일단 바라보기. 오늘의 나에게도 적용해본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많이 걱정되고 두렵구나. 현재에 집중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결국 다 잘 흘러갈거야."
남편이 해 준 파스타만큼이나 따뜻한 말 건네주기. 내일도 모레도 나에겐 따뜻한 오일파스타가 필요하다. 누군가 나를 진정으로 위해준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오일파스타이다. 나를 걱정과 두려움으로부터 꺼내줄 수 있는 것. 그걸 나에게 내가 제 때 건네주는 것이 내 미션이고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