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너희들이 태어나서 엄마와 함께한 날들이
네 자릿수가 되었구나.
엄마는 사실 너희를 기다린 시간이 적지 않은만큼
사랑을 쏟아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어-
한번은 어떤 소설을 읽다가,
한 엄마가 아들에 대한 마음을
'이름을 정해 부르기도 전부터 널 사랑했다.' 고
표현한 부분을 보고서는 갑자기 혼자 엉엉 울기도 했었어.
나도 이런 마음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 사랑을 줄 대상이 나에게 쉽게 와주지 않는 것 같아서
슬프고 속상했지.
아기를 임신했지만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아기에게
말을 거는게 어딘가 쑥쓰러워서
태담을 잘 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단다.
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데...하고 말이야.
그렇게 자신했던 사랑이 막상 너희를 만나고 나니
얼마나 보잘것 없게 느껴지던지.
애타게 기다렸던 마음을 잊고 내가 잠 못 자는 것,
내가 제대로 못 먹는 것, 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
너희가 내게 와준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날 보며
나는 참 나를 몰랐구나 한탄하게 되더라.
내 사랑은 내가 괜찮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거였구나.
너희를 기다리기만 할 때는 그걸 몰랐구나.
내가 그린 사랑에는
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헌신이 빠져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지.
그렇게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다 어느 날 뒤돌아 보며 깨달았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꽤 이기적인 사람인 것도 맞지만,
그런 내가 내 삶과 일상을 뒤로 하고
너희를 더 우선으로 하며 살아가는 걸 보니
이것도 사랑이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일이구나 하고.
처음에는 어떻게 나한테 아기가 둘이나 생겼지 하고
새삼 신기해하고, 때로는 버거워하는 마음이 더 컸었지.
그러다 우리의 시간이 쌓여가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새 너희에 대한 사랑으로 푹 젖어든 나를 보게 됐어.
우리가 함께 보낸 1000일 동안
너희를 모르고 지낸 30여년의 시간들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고, 배웠다는 걸 알았지.
1000일 동안 엄마와 같이 잘 자라주고,
이 엄마의 사랑이 커지는 걸 잘 기다려주고,
부족한 모습들도 잘 참아주고 용서해줘서 고마워.
엄마의 자만했던 사랑이 아니라
조그만 너희들이 주는 큰 사랑이
엄마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어.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엄마가 되어볼게.
사랑한다 우리 둥이❤️
23.1.18일 둥이의 천일을 기념하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