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더글로리에 푹 빠져있다. 시즌2가 나오자마자 4일에 걸쳐 다 봐놓고도
그 후유증에 봤던 장면을 또 보기도 하고 출연한 배우들의 영상들을 찾아서 보기도 한다.
그만큼 흡입력과 여운이 강한 드라마였다.
남편에게 괜히 물어본 적도 있다. 알고보니 내가 학폭가해자였다면 어떨것 같냐고.
남편은 지금이라도 피해자한테 사과하고 어디 방송이나 대중 앞에 나갈 생각하지 말라고 일러줬다.
마치 정말 내가 학폭가해자였던 것처럼^^...
더글로리 배우들을 모아놓고 더글로리 내용과 인물을 두고 밸런스 게임하는 걸 봤다.
이를테면 동은엄마가 더 나쁘냐, 예솔엄마가 더 나쁘냐 하는 등의.
그걸 보고 혼자 떠올려 본 밸런스 게임은 남편으로 하도영이냐 전재준이냐 하는 것.
(모른척 해 줘 남편...)
생각해봤는데 신기하게도 머리와 마음의 답이 달랐다.
이성적으로는 하도영이 남편으로 더 좋을 것 같았다.
능력있고, 이성적이고, 기본적으로 젠틀하고, 상식적이고.
그런데 그와의 결혼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어딘가 불편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나로서 편하게 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
연진이 같이 범죄 저지른 과거가 없는데도 뭔가 찌질한 과거는 다 감춰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마디로 실망시키면 안될 것 같다.
그의 고상함과 젠틀함 앞에서는 내 민낯도 어쩐지 민망하겠지.
반면에 전재준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내키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편이다.
어른이라기보단 어린애 같다. 그런데 편하고 재밌다.
거침 없을 정도로 솔직하니 나도 같이 거리낌 없을 수 있겠지.
자기 거슬리는 부분만 안 건드리면 내 부분에 대해서도 딱히 평가하거나 터치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불안정한 어린아이니 옆에서 지켜보기가 때론 불안불안할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떠올려보니 어쩐지 스스로에게 혀를 끌끌 차게 됐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누가 봐도 하루 이틀 하는 결혼생활이 아니니
상대적으로 어른이고 안정적인 하도영이어야 순탄할텐데
그놈의 재미가 뭐라고 전재준이라니...
그러고보니 나는 이미 말로는 '다정한 사람'을 외치면서
실제로 선택한 건 '재밌는 사람'인 남편이다.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거나 모든 말이 다정하진 않지만,
대화하는 재미가 있는 사람.
굳이 실망시키고 싶진 않지만 서로의 찌질한 모습에 대해 얘기하면서
같이 깔깔댈 수 있는 사람.
그래, 나는 이미 하도영보다는 전재준(에 가까운 사람)을 택했구나.
하는 오늘의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