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메인주 크로스비에 사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주인공을 하는 소설이다.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올리브 키터리지만이 아니다. 올리브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소한 사람들의 큰 이야기다. 올리브를 중심으로 한 이웃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올리브는 수학교사다. 성격은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 남편 헨리를 사랑하지만, 남편과의 부부사이는 진작에 금을 그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첫 작품 <약국>만 읽어봐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헨리와 올리브 사이가 그다지 좋지는 않고, 올리브는 가사와 육아, 교사라는 이중 삼중의 일을 하느라 신경이 녹초가 되어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해준다.
첫 번째 수록작인 ‘약국’을 비롯해서 ‘밀물’ ‘피아노 연주자’ ‘작은 기쁨’ ‘굶주림’ ‘다른 길’ ‘겨울 음악회’ ‘튤립’ ‘여행 바구니’ ‘병속의 배’ ‘불안’ ‘범죄자’ ‘강’ 총 13작품이 수록돼있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주인공인 작품은 ‘작은 기쁨’과 ‘다른 길’ ‘튤립’ ‘불안’ ‘강’이다. 아들 결혼식에서 혼주(?)가 된 올리브는 결혼식 손님 맞이에 지친다. 아들 내외를 결혼시킨 기쁨이나 뿌듯함 보다는 그저 빨리 자신의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결혼식은 며느리집에서 치렀다) 홀로 아무 방에 들어가 잠깐 쉬고있던 올리브는 며느리가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뒷담하는 걸 우연히 듣는다. 그렇잖아도 맘에 들지 않았던 며느리였다. 올리브는 작지만 사소한 복수를 하고 나온다. 이 부분에서는 어찌나 통쾌하고 우습던지.
‘다른 길’은 우연한 상황에서 남편과 자신의 속마음을 본의 아니게 드러내버린 위기의 올리브 키터리지 부부를 보여준다. 위급한 상황이었건만, 올리브는 남편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부부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음을 느낀다. 부부는 일심동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모두 틀렸다. 다만 그렇게 하라는 강압일 뿐. 부부는 엄연한 남남이다. 한번 잘못 휘두른 칼에 두 사람 모두 두고두고 아프고,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불안’은 올리브 키터리지가 재혼한 아들을 만나러 뉴욕에 가는 과정과 아들과 있었던 3일간의 생활을 담은 작품. 새로운 며느리가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올리브. 아들의 첫 번째 부인이 여우과였다면, 재혼한 부인은 곰과다. 게다가 전 남편 사이에 낳은 아이가 둘이 있으며 눈치라는 것도 상실한 것 같고, 임신 중인데 흡연을 서슴치 않는다. 올리브는 못마땅하다. 아주아주 못마땅하다. 그러나 며느리를 개의치않는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함, 자기가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같다고 느끼면서도 아들이 자신을 초대했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아들과의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는 기분에 올리브는 행복해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올리브는 아들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게 되고, 일주일 예정이었던 뉴욕 일정은 사흘만에 막을 내린다.
그 ‘사소한 일’이란 아들이 자신을 바보로 만든 일이다. 아이스크림을 옷에 묻힌 올리브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아들 때문에 올리브는 분개한다. 올리브는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화가 난 아들은 엄마의 변덕스러움에 평생 힘들었다며 모진 소리를 한다. 판이 커졌다. 모자의 싸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두 사람은 화를 삭이지 못한 채 헤어진다.
아이스크림이 웃에 묻는 것을 두고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노발대발할 일이 무엇알까, 싶었다. 하지만 난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들은 엄마를 무시했다.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흘림으로써 칠칠치못한 사람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엄마를 무시했던 것이다. 아들의 본심이야 어떻든 간에 이제 ‘늙음’과 ‘상실’을 느끼기 시작한 올리브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모욕이며 상처였을 수 있다.
‘강’은 올리브가 두 번째 남편 잭을 만나는 이야기다. 올리브는 같은 마을에 사는 잭이라는 늙은이를 재수없어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온 사람으로 어깨에 힘좀 주고다닌다며 못마땅해하던 차였다. (올리브는 대게 모든 사람들을 못마땅해한다. 속정은 깊은 인물이지만)
‘재수없는 영감탱이, 올리브는 생각했다. 그는 배가 불룩하고 키가 크고 등이 굽은 남자였는데 (올리브 생각에는) 고개를 뻣뻣하게 내밀고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는 태도에 어쩐지 오만한 데가 있었다. 그는 하버드를 나왔고- 프린스턴인지 나부랭인지 올리브는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 뉴저지에 살았던 적이 있으며, 수년 전에 은퇴하여 아내와 함께 이곳 메인 주 크로스비의 조그만 들판 끝자락에 지은 집으로 이사해 왔다. 당시 올리브는 남편에게 말했다 “멍청하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바닷가도 아닌 데에다 집을 짓다니.” p. 450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올리브는 잭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주고, 그 일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죽은 배우자에 대한 연민과 후회,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자식을 향한 안타까움이다. 둘의 공통된 결핍감이 둘을 단단하게 묶는다. 그리고 올리브는 그 ‘재수없는 영감탱이’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알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p.483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나면 그 후속작은 <다시, 올리브>를 읽고 싶어진다. 10여 년이 지난 후, 올리브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작고 큰 이웃들은. 2009년 퓰리처상 수상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