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리브>(Olive, Again)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올리브 키터리지>를 쓴 뒤 약 10년이 지난 후 발표한 작품이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제 올리브는 나이를 먹었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늙었다. 잭과 재혼한 올리브는 그와 여섯해를 살다가 그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올리브는 죽음의 공포가 자신의 내면이 아닌 바로 자신 가까이에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올리브를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있다면 <다시, 올리브>는 노년의 올리브에 좀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물론 이웃들의 이야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가 기억에 남는다. 치매가 걸린(것으로 생각하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을 애무하며 기쁨을 주는 10대 소녀 케일리. 이 소설을 읽고, 변태나 롤리타 증후군을 연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슬펐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젊음, 돈은 많지만 이제 제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늙은 육신을 지닌 늙은 몸은 풋풋하고 젊은 육체 앞에서 욕망을 느낄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탱탱하디 탱탱한 젊은 육체를 보며 성적 욕망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의 지난 사랑을 떠올릴 것이고, 빛바랜 열정을 기억해낼 것이다. 비록 그것이 희미하고 금방 꺼져버릴 것일지라도. ‘청소’를 읽으면서 슬펐고, ‘심장’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아팠다. ‘시인’을 읽으면서는 씁쓸했다. 그 중에서 올리브는 유명 시인이 된 자신의 제자 앤드리아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이가 들면” 종업원 여자가 가고 나서 올리브가 앤드리아에게 말했다. “투명인간이 돼. 그런 사실이야.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지.”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잫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자기가 더 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햇빛>은 애잔하면서도 기뻤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제자, 신디에게 올리브는 찾아간다. 죽음 앞에서 모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제자.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올리브는 무심한척 이렇게 말한다. 올리브로서는 위로가 아닌 그저 사실만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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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지만 신디.... 네가 정말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그리고 죽게 된다면, 진실은......우리 모두 그저 몇 걸음 뒤에 있다는 거야. 이십분 뒤, 그게 진실이야.”
그리고 마지막 수록작 ‘친구’를 읽으면서 조금 울었다.
지팡이에 의지한채 요양원에 들어가 별일 없는 듯 무심하고도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낸 여든여섯 살, 올리브에게 친구가 생긴다. 동병상련의 베티. 베티의 인생은 너무나 파란만장하고 고단하였다. 베티를 만나며 서로의 삶의 질곡과 아품을 나눈 올리브는 마침내 깨닫는다.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그녀는 의자에서 조금 뒤척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올리브 키터리지>와 <다시, 올리브>를 통해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계속 하고 싶었던 것은 삶은 후회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모르는채 지나왔고 지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길 것, 내 옆의 그 사람을 진심을 다해 사랑할 것.... 그 단순하면서도 사소한 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것을 여든여섯살 올리브의 입을 통해서 안타까운 탄식처럼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