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곧 나 임을 실감하게 되는 나이는 몇 살 쯤일까.
엄마와 다른 인생을 살겠다고,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대부분의 딸들이 울부짖지만 어느 순간 엄마를 닮아있는 자신을 본다.
어느 면에서는 다르지만, 대부분은 비슷하다.
엄마라는 존재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삶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로부터 달아나려하지만 결국엔 돌고 돌아오게 되는 길. 비틀즈 노래의 제목처럼 ‘Long and winding road’이다.
어쩌면 엄마들 자신들도 과거의 딸이었을 때 그랬는지 모른다. 자신의 삶이 누군들 만족스럽기만 했을까. 엄마도 자신의 삶 앞에서 밤이면 밤마다 절망감과 불안한 마음에 남몰래 울었는지 모른다. 한때는 자신도 그런 엄마를 부정한 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떠날 수 없다. 내버릴 수 없다.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남루하고 비루해도 붙잡고 살아야한다. 그래서 그 밤을 떠날 수 없다. 매일의 밤을.
엄마의 그런 마음을 이해할 때, 비로소 딸도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를 발견하게 되는지 모른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실존이다.
2.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말년을 돌보는 딸의 기록이다. 딸은 죄책감과 연민, (애써) 담담함, 무참한 사랑으로 엄마의 곁을 지킨다. 젊은 시절 활발했고 당당했으며 아름다웠던 엄마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 엄마가 되었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과자와 군것질 밖에 없다. 엄마는 엄마이지만 더 이상 그녀자신이 아니다.
그런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에르노는 몇 번이나 고개를 휘젓지만, 가끔씩 엄마의 몸짓 엄마의 언어를 발견하고는 뜨거운 사랑과 연민을 느낀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아니 에르노의 엄마가 치매에 걸리기 전, 마지막으로 쓴 온전한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