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책방] 작별의 의식

by 연두의 무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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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몬드 드 보부아르와 쟝 폴 샤르트르를 이어준 것은 대화와 독서, 그리고 여행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는 유난히 여행 장면이 많이 나온다. 두 사람만 가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이 동행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둘은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봄은 찬란하다니... 흐르러지게 꽃핀 나무들, 온화한 날씨를 보고 행복과 닮았다고 고백하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라니....그녀가 행복을 느낀 이유는 샤르트르가, 비록 아프고 휘청거리는 몸일망정 샤르트르가 자신의 옆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이것이 이시대 최고의 지성,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발견한 진리이자, 기쁨이었다.


KakaoTalk_20220126_225013393_07.jpg 햇살 가득한 카페 창가에서 책을 읽어본다


2. <작별의 의식>은 샤르트르의 마지막을 함께 한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기록이다. 그 당시에, 이런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놀랍다. 기록은 애정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산물이다. 기록하려면 관찰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요즘에야 개인의 기록물이나 개인사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시몬드 보부아르가 이 책을 썼던 1980년대만 해도 개인의 기록은 그저 개인사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사회의 불의와 모순에 침묵하지 않았고 행동했으며 함께 고뇌했던 지식인 커플. 계약 결혼을 실시해 기존의 결혼, 애정, 정조관념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두 사람. 그들도 인간이었고 따뜻한 연인이었다. 보부아르의 냉철하고 똑 부러지는, 진취적인 글에 비해 <작별의 의식>은 대단히 인간적이고 애틋하다. 가령 이를테면 이런 대목 .


“우리는 오래된 거기를 걸었다. 거리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활기에 차 있었다. 걸으면서 내가 느낀 즐거움은 샤르트르와 함께 새로운 장소를 발견할 때면 느꼈던 것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야외의 작은 카페들 중 하나에 들어갔는데 이 카페들은 그리스 마을들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햇빛을 그늘로 가려주는 커다란 나무들로 에워싸여 있었다. 때때로 성벽 아래에 있는, 맛좋은 식당에서 간식을 먹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발코니에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동안 샤르트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날씨는 찬란했고 바다는 눈부셨다. 우리는 발 밑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해변은 코파카바나를 조금 생각나게 했다.”


그들에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이른 봄을 맞이하는 카페 창가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내 발 밑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은 없다 하더라도, 나는 눈부시다. 파랗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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