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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Feb 04. 2022

일단 시작하면 하게 된다

아잠 브람 스님의 <아무 것도 남기지 않기>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1. 얼핏 생각하면 이 말은 말장난 같다. 외발수레를 미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어찌 미는 것보다 어려울까. 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를 참으로 많이 느꼈다. 아무리 어렵고 심난한 일도, 끝이 없을 것 같이 막막한 일도 일단, 시작하면 하게 되어있다.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 하다보면 ‘이 수레를 어떻게 밀지?’라는 생각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이제는 ‘HOW TO’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일은 반절 정도 진척되어 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일이 자연스럽게 끝나있는 경우를 참으로 많이 목격했다.      


그래서 옛말에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 것 아닌가. 어린 시절, 나는 이 말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시작이 시작이지 어떻게 일의 반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저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외발수레를 미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란 구체적인 방법이나 순서를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걱정을 의미한다. 앉아서 미리 걱정부터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이 이야기는 아잔 브람스님이 젊은 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스님이 있던 절에서는 법당을 짓는 공사를 했는데 그곳에 머물던 스님들이 외발수레를 이용해서 흙무더기를 넘기는 일을 했다. 아침 9시부터 밤9시까지. 그런데 이 일을 지도하던 스님이 잠시 그 절을 떠나고 다른 절에 있던 스님이 왔는데 이 스님이 말하길 흙무더기를 잘못 옮긴 것 같다며 다시 다른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다시 외발수레를 이용해 사흘에 걸쳐서 다시 흙무더기를 옮겼다. 그런데 처음에 일을 지도했던 스님이 다시 절에 돌아와서 하는 말은 더 가관이다. 실컷 옮겨놓은 흙무더기를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잔 브람스님은 순간 화가 나서 욕을 하며 투덜댔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한 스님이 다가와서 아잔 브람스님에게 했던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아잔 브람스님은 그 후 40년간 이 말을 잊지 않고 생활에 적용했다고 한다.      


나 역시, 어떤 일을 하기도 전에 걱정이 되거나 화가 나거나 막막할 때 외발수레를 미는 것을 생각한다. 정말 미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는 것을 생각하는 게 어려울 뿐이다.           



마음에 평화와 온기를 준 책 


2. 이 책은 아잔브람 스님이 쓴 위빠싸나 명상 강의록이다. 시중에 위빠싸나와 관련된 수행기나 지도 서적, 영상은 무척 많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위빠싸나 수행은 한번 해볼 만하다. 특정 화두를 붙잡고 몰두해야 되는 간화선처럼 어렵지도 않다. 위빠싸나 수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 마음자리, 마음가짐만 알아차릴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위빠싸나 수행의 본질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위빠싸나 수행기, 명상 강의록 중에서 아잔 브람스님의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척 쉽고 간결하게 쓰여 있어서 귀에 쏙쏙 들어올 뿐 아니라 한 챕터씩 읽고 나면 마음에 평화와 온기의 에너지가 가득참을 느꼈다. 책이 쉽게 쓰여 있다고 해서 내용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한 문장 읽고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봐야하는 것도 많고, 읽을 때는 몰랐다가 나중에 갑자기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약 4년 전, 마음이 무척 어지럽고 힘든 시절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 때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좋은 촛불이 되어 주었다. 올해에도 다시 읽으면서 내 머리맡을 밝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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