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이라는 뜻을 찾아보면 ‘한 나라의 수도 이외의 지역’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요즘은 ‘지방’이라는 말이 서울 수도권에 대비되는 변방, 아웃사이더, 주변부로 사용된다. 지방대학, 지방 사람, 지방업체 등등. 그중에서 지방에 대한 무시나 하찮음을 대표하는 단어는 ‘지방대학’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지방대학이라는 말 대신, 서울권 대학에 가는 것을 ‘인 서울’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마치 예전에 한양의 4대 문 안에 양반이 살던 시절에 사대문 안에 사는 것을 특혜처럼 여기던 것 같은 뉘앙스도 느껴진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지방에서 학교를 나왔고 지금도 지방에서 살고 있다. 한때는 서울의 삶을 꿈꿨다. 그러다 어찌어찌 다시 지방에서 살고 있다. 근래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지방이 소멸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젊은 층 인구들도 모두 서울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으니 지방은 곧 없어질 거라는 얘기다.
지방에서 많은 문화가 탄생했다. 물론 수도권에도 나름의 문화는 있으나 서울과 수도권의 문화는 각 지방의 문화가 서로 더하고 합하고 융합되어 탄생한 것이다. 한 지역의 개별성과 고유성은 그 지역만의 고유성과 특별함, 이야기가 빚어낸 것이다. 그래서 지역 문화는 유일무이하다. 단, 전제 조건이 있으니,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신영복 선생은 말하고 있다.
예전에 내 주위 어른들은 좋은 물건을 보면 ‘서울에서 사 왔냐?’ 라거나 ‘서울 사람만 사람이냐, 왜 좋은 물건은 죄다 서울에 있냐?’고 한다. 요즘은 클릭 몇 번으로 해외 물건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건만, 아직도 어르신들은 ‘좋은 물건= 서울 것’, ‘멋진 사람 =서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방 콤플렉스는 요즘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부동산 급상승, 빈익빈 부익부는 이제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변방의 차이를 더 아득하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 서울, 중심부는 이제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콤플렉스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이 콤플렉스 만드는 이, 누구인가.
지방과 변방의 차이
2. <변방을 찾아서>는 신영복 선생이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책이다. 선생이 쓴 비석이나 현판 등을 찾아 나서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적은 기행문이다. 해남 송지초등학교, 강릉 허난설헌, 허균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특별시 시장실,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이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하고는 해남, 강릉, 전주, 평창, 봉하, 제천 등 지방이 그 배경이다. 신영복 선생은 이 책의 제목을 ‘변방을 찾아서’라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지방을 찾아서’ 라거나 ‘지방의 힘’이라고 했을 텐데 굳이 ‘변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방과 변방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지방은 수도권에 견주어 비수도권인 지역이라는 수동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반면, 변방은 지방에도 포함되지 않은 아주 머나먼 벽촌의 느낌을 준다. 스스로 ‘인 서울’, ‘인사이더’가 되길 거부한다.
변방은 춥다. 찬 바람이 살아있다. 에일 듯 찬 바람이 사람의 정신을 명징하게 하고, 깨어나게 한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은 책 첫 문장에 ‘변방은 창조공간입니다’라고 자필로 썼다. 변방은 창조공간이다. 배고프고 추운 곳이다. 부유하고 안락한 곳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꿈틀꿈틀 살아있는 변방의 정신. 어쩌면 우리 역사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곳은 변방의 역사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