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희 <문성희의 밥과 숨>
가볍고 단순하게
1.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는 게 있다.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을 놓치고 있을까 봐 두렵기도 했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살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알려고 애썼고 관계를 맺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이 때로는 얼마나 나를 피곤하게 했는지 인정해야 한다. 그러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명상 속에서 나를 바라봐야 한다.
내 인생의 모토는 ‘가볍고 단순하게 살자’이다. 그러려면 많은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다 가지려고 움켜쥐고 있으니 손이 무겁고 늘 바쁜 것이다. 그러면서 단순과 가벼움을 추구하고 있으니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돌아보건대 나 역시 내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쏘다녔다. 여기저기 다 끼려고 했고, 빠지지 않으려 했다. 그 시간과 노력들이 모두 헛되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부질없었다. 이제라도 내 삶의 본질에 충실히 사려고 한다. 내 본질의 찾고 또 찾는다. 그게 또 ‘짜잔~’ 하며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므로 궁리해야 한다.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내 시간들은 의미 있고 기쁘다.
노동, 명상, 기도로 이뤄지는 삶
2. 이 책은 자연 요리연구가 문성희 선생님이 쓴 요리하는 삶 바느질하는 삶에서 깨달은 인생의 고갱이다. 노동, 명상, 기도. 이 세 가지가 선생의 삶을 만들었다. 선생은 sns에 가끔 장문의 글을 올리는데 그 글은 삶에 대한 진지하고 간절한 기도다. sns에서 읽기에는 내용이 무겁고 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명상의 힘이 깃든 글을 좋아한다. 선생의 글을 읽으며 나도 노동, 명상, 기도 이 세 가지로 삶을 살아가길 염원했다.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아직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때 하교하는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가 차 안에서 이 책을 읽었었다. 한 줄 한 줄 희열을 느끼며 밑줄을 치며 읽었다 이제 그 딸아이는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나는 그때로부터 몇 년을 더 건너왔다. 딸아이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미성년자에서 성년으로 사회적 지위와 위치는 바뀌었으나 나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여전히 내 일을 하고 있고, 돈을 벌고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무엇이 변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는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졌던 것 같지만 도로 제 자리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읽은 책은 머릿속에 남는 게 아니라 몸에 남는 것이라고. 밥과 숨, 일상과 기도를 향한 바뀌었을지, 내 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