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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Mar 24. 2022

[한줄책방] 꼭 너여야만 한다

우치다 햣켄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사랑은 온몸을 다해 날아가는 화살 

    

1. 누군가는 누가를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유일한 존재다. 만약,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절대성은 사라진다. 유일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유일하다. 절대성과 사랑은 떨어질 수 없다.      


그 사람이 잘나서나 특출해서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유일하고 절대적이다. 그럴 때 누군가는 누구에게 우주가 된다. 이러니 그 누군가를 잃었거나 상실했을 때 느낄 고통과 슬픔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우치다 햣켄은 노라를 잃어버리고 나서 다른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었지만,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노라 찾는 일에만 온 마음을 다했다. 노라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한 과녁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서 온 몸을 다해 꽂히는 화살 같은 것, 오로지 한 대상만을 향해 날아간다. 화살에게는 과녁만이 우주다.      



진정 마음을 쓴다는 것     


2. 이 책은 일본의 독문학자이자 수필가인 우치다 햣켄이 자신의 반려묘 ‘노라’를 그리워하며 쓴 글 모음집이다. 노라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집에 눌러앉게 된 길 고양이인데  그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아내와 함께 정성껏 돌본다. 1년 반 남짓 살던 노라는 어느 날 집을 잠시 외출하게 됐고, 그 후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저자는 노라가 나간 후 내린 큰 비 때문에 노라가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노라를 찾는다.      


노라가 나간 후, 마치 노라의 형제인 듯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가 이 저자의 집에 드나든다. 역시 길고양이인데, 저자는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차츰 자신의 마음에서 이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부부는 ‘쿠루’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성껏 돌본다. 쿠루는 5년여를 집안 식구로 살다가 가족들의 품 안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던 60대의 한 노 작가. 그가 우연히 만난 두 마리의 고양이에 쏟는 정성과 사랑. 고양이에 1도 관심 없던 저자는 어떻게 고양이를 사랑하게 됐나. 처음에는 단순히 밥을 주고, 안아주고, 잠들 곳을 살펴봐주던 저자는 고양이가 사라져 버린 후, 그의 공백을 절감한다. 누군가가 없어지고 난 후에야 깨달은 그의 절대성, 그의 존재감. 어쩌면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에게 마음과 정성을 쏟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며 아름다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 일이 있는가, 마음을 기울인 적이 있나’였다.      


돈을 쓰고, 물건을 쓰면 돈이나 물건이 줄어들고 닳아진다. 마음도 쓰는 것이다. 마음을 쓴다고 썼는데도 내 마음이 여전히 똑같거나 오히려 욕심 사나워진다면 그것은 제대로 쓴 것이 아니다. 초조하고 슬프고 우울하고 때로는 잠 못 이루기도 하고 밥을 못 먹기도 한다. 그것이 마음을 쓰는 일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러한 마음 씀으로 인해 생긴 슬픔이나 고통은 돈이나 재화와 달리 상실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 씀으로 인해 얼마나 더 큰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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