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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Apr 01. 2022

[한줄책방] 나는 순간순간을 산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영원하지는 않지만 영원 속에 산다      


1. 이 말을 역으로 하면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 할 때 평화롭지 않다, 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평화롭다는 얘기다. 하지만 왜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부인하려는 걸까.      


내가 언제든 건강하게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액면 그대로 영원히, 살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체감하지는 못한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유보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영원하지 않으니까.     


이 말은 반대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현재 겪고 있는 고통, 슬픔, 비참함도 영원하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지옥과 같은 현실을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누가 ‘오늘’을 견딜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히 살지는 못하지만, 영원 속에 산다. 순간순간을 산다.          



인생에 정답은 있을까      


2. 류시화 시인의 책들은 언제나 영적인 인사이트를 준다. 류시화 시인의 책은 몇 번을 읽어도 늘 새롭다. 숲의 공기처럼 늘 청량하고 신신하다. 

    

언제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춘기 시절에는 <데미안>을 읽으며 생의 의미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 그저 놓아버렸다고 했다.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 그저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도움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 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나는 그말에 대해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구든 자기 식대로 답을 찾아가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정답이 아닐까. 친구는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생에 어떤 정답은 있는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이 말의 주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이, 행복이, 돈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가, 종교가, 욕망이, 결혼제도가……. 등등.      


무엇이 좋다, 무엇이 나쁘다, 라고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이유는 그 가치는 한 가지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작은 오해나 다툼 같은 사소한 것부터 한 인종을 말살하려는 잔인한 살육까지……. 내 의견이 무조건 옳다, 네 의견이 그르다는 오만함과 단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것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길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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