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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Apr 07. 2022

[한줄책방] 누구나 극단주의자가 될 수 있다

율리아 에브너 <한낮의 어둠>


개인의 불행은 개인 탓? 사회 탓?     


1.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개인의 가난, 불행, 빈곤을 온전히 개인의 탓이나 사회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동의한다. 나는 한 개인의 불행은 개인의 여건과 사회 제반 조건들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는 그 불행을 온전히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끔 보면 ‘가난은 네 탓이 아니다. 사회 탓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자칫하면 위험하다.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보건, 국방, 인권... 여러 사회적 요소들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릴 때, 그 해답을 사회의 변화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도되기 시작할 때 극단주의는 스멀스멀 피어난다.           



극단주의자가 되는 순간      


2. 극단주의를 감시하고 모니터 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는 율리아 에브너는 극단주의가 무엇인지를 좀 더 실감하기 위해, 그 민낯과 맨살을 체험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가장하고 여러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한다. 이 책 <한낮의 어둠>은 그 체험을 바탕으로 극단주의 단체들은 어떻게 회원들을 모집하고, 활동하며 동원하는지를 상세히 쓴 책이다.     

 

네오 나치, 백인우월주의, 지하드 신부, 반이슬람, 반페미니스트... 극단주의의 양상과 종류는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많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신들이 반대하고 증오하고 있는 세력이 사라지지 않으면 자신들이 멸종되거나 위험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극도의 피해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의 면모와 언행들을 보면 어떻게 사람이 이런 미친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싶다. 극단주의자는 본래부터 이상하게 태어났거나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뿔 달린 도깨비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누구나 극단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며 살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존중받고 싶은 심리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무시될 때 사람은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극단주의 단체의 양상과 특징 등을 잘 살펴서 그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단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개인의 마음과 사회의 여러 제도들을 잘 살피고 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빗장이 열리고 와르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아마 저자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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