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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시작을 못할 때

by 이현승

나는 늘 그 중 가장 나은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를 나열하고 어떤 것을 골라야 할 지 고민했다. 이런 방식이 최선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선택지 간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오히려 결정을 미루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까 어느 것도 고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게 좋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선택지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가능성”이다. 그것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서 방황하며 달콤한 꿈속에 안주하게 된다.


나는 스스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선택에는 두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현명함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가장 나에게 이로운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둘째, 결단력
단 한 가지를 골라 집중하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다.


현명함은 준비될 때 자연스럽게 온다

현명함은 많이 배우고 경험할수록 성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명해질수록 현명함을 갖췄다고 하기 어려워진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현명하다고 판단하길 주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함은 측정할 수 없고, 준비가 되면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결단력이다.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천하면 배운다

결단을 내리는 순간, 나머지 모든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결정을 미루며, 조금 더 고민하거나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인생은 대체로 운에 의해 좌우되며, 결과는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한 선택이라도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낫다.


많은 경우에 그리 현명하지 못했더라도 결단을 내려 실천했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결단을 내린 결정은 후회를 줄이고, 배움을 늘리며, 다음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쌓는다. 잘 되든, 안 되든, 실행에서 얻는 깨달음과 배움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심지어 실패조차도 내게 유의미한 자산이 된다.


나는 결단력 부족이 스스로의 가장 큰 약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사실 결단력을 가로막았던 건 더 현명한 결정을 찾으려는 집착이었다. 결정을 미룬 채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머무르려 했던 나 자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실행하기 전 많이 고민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은 70%만 하고, 뭐든 하나를 골라 실행하자고 다짐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씩만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가장 명확히 떠오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피벗(전환)하거나 새로운 선택을 시작할 수 있다. 결정을 미룬 채 가능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최악의 선택이다.


선택과 실행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결정한 길을 걷는 태도다. 결단은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결코 모든 가능성을 경험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중요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실행하며 배우는 것이 최선이다.


삶은 길다. 그리고 그 긴 인생에서 단 하나의 완벽한 선택을 찾기보단, 실행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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